정부가 의욕적으로 창업·벤처 지원에 나서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정책의 연속성 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큰 틀을 제시하면서 만들고자 했던 창업·벤처에 대한 관심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숙기에 접어들기 위해선 개선해야 할 부분도 꽤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창업·벤처를 준비하거나 현재 진행형인 기업인들은 정부의 지원 연속성에 대해 가장 큰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ICT 창업·벤처에서 창조경제 성과 가시화'라는 자료를 내면서 지난해 창업·벤처 기업들이 총 102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창업·벤처 기업의 매출은 1718억원으로 38% 증가했으며, 고용도 임직원수가 6022명으로 30%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창업·벤처 업계에서는 그러나 정부가 수치 증가에 집중한 나머지 지원의 연속성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더라도 1회성에 그친다는 것이다.
만약 운좋게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창업·벤처 기업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성과에 대한 집착은 유망 창업·벤처 기업에게만 기회가 돌아간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가시적인 성과다. 때문에 유망 창업·벤처 기업을 잘 키워 성공 사례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창업·벤처 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만나거나 해외 경진대회에 나갈 때 10개의 기업을 선택하면 2~3개 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을 받거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뽑힌다"고 설명했다.
기회적인 측면 외에도 성공 수치가 부풀려지는 점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통상 창업·벤처 기업이 투자를 유치할 경우 단기간에 확정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투자자도 창업·벤처 기업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하지만 창업·벤처 기업이 투자자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면 마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성과를 판단할 때 숫자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며 "투자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경우에도 실제와는 다르게 보고되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해 창조경제 박람회장을 찾아 스마트카톡 서비스 개발 및 실증사업 전시관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