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엘리트 체육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 체육을 담당하는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눈앞에 두고 일부 인사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 체육계의 숙원인 '통합체육회' 출범에 앞서 애꿎은 시간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체육단체 통합을 관장하는 통합체육회 준비위원회(통준위)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발기인 대회를 열고 정관 초안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1명의 위원 중 대한체육회 추천위원 3명과 국회 추천위원 2명이 불참했다. 통준위는 이날 행사를 '1차 발기인 대회'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으며 이달 중 2차 발기인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달 27일 통합 예정일을 앞두고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이날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은 참석했으나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측은 불참 이유로 "정관이 완성돼야 발기인 총회를 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정관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스포츠에이전트인 장달영 변호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을 봐도 정관 문제는 사전 승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일단 검토를 받아 보라는 정도"라며 "통합 이후에도 충분히 논의해서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대한체육회의 엘리트 의식이 꼽힌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통합 얘기가 나올 때부터 대한체육회의 요구가 많이 수용된 것으로 아는데 여전히 일부 체육회 고위층들이 엘리트 중심의 사고와 손에 있는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한 법률 관계자는 "정관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데 그건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서 논의할 수 있고 심지어 나중에라도 머리를 맞대 조율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통합 과정에서의 일방적인 흠집내기식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사실 국민생활체육회 쪽에서는 굳이 통합을 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임하고 있다. 문체부도 협상 테이블을 꾸준히 마련하는 등 할 만큼 했다"며 "결국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대한체육회 일부 인사들의 행동이 이러한 사태를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 창립 이후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통합은 한국 체육계의 오랜 숙제였다. 2006년과 2013년에 각각 통합이 논의됐으나 협상 끝에 무산되기도 했다. 현재 통합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3월 통합을 결정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육 선진국처럼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을 묶겠다는 통합의 본 취지를 달성하는 일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안양옥 통합준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통합체육회 발기인 대회에서 일부 위원의 개회 반대와 불참에 따른 행사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