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골프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선수층이 너무 두꺼운 탓에 정상급 실력을 갖춘 '희생양'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국 선수 6명은 16일(한국시간) 발표된 이 주의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 톱10에 들었다. 박인비(KB금융그룹·9.90점)가 가장 높은 평균 점수로 2위를 차지했고 김세영(미래에셋자산운용·5.79점)은 5위를 기록했다. 김효주(롯데·5.29점)와 유소연(하나금융그룹·5.28점)은 나란히 6, 7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장하나(비씨카드·5.10점)와 전인지(하이트진로·5.01점)가 각각 9, 10위를 올랐고 양희영(피엔에스·4.84점)은 12위에 자리했다. 모두 17주째 1위를 유지한 리디아 고(뉴질랜드·11.31점) 뒤에 있으나 많은 인원으로 '코리안 파워'를 뽐냈다.
매주 발표되는 이 세계랭킹은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티켓 행방을 결정하는 지표이기에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대회 개막 한 달 전인 7월11일 랭킹에 따라 올림픽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원래 나라별 2명씩 출전할 수 있으나 랭킹 15위 이내 선수가 4명 이상 있는 국가는 4명까지 뛸 수 있다. 현재 7명이 15위 내에 있는 한국은 7월 11일 랭킹에서도 이 정도의 인원을 배출한다면 총 4명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4명이 나선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로썬 비교적 앞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박인비 정도만이 출전이 유력하다. 이외엔 아직 변수가 많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박인비가 출전을 확정한다면 김세영, 김효주, 유소연, 장하나, 전인지, 가운데 최소 2명은 올림픽 출전 꿈을 접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간 성과를 봤을 때 모두 국가 대표 자격이 충분하지만, 너무 치열한 내부 경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선 극소수 정예 멤버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나 더 많은 선수가 나올 수 없는 점은 분명 입맛을 다시게 한다.
물론 언급한 이들 외에 의외의 인물이 연거푸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티켓을 움켜쥘 가능성도 있다. 7월까지 아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8개 대회가 더 남았다. 매 대회 개인 성적에 따라 랭킹도 요동칠 전망이어서 올림픽을 꿈꾸는 선수들은 매 경기 결승전을 치르는 심정으로 대회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바늘구멍'보다 작은 한국 대표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해선 먼저 매번 살얼음판 승부를 견뎌야 한다.
'리우행 열차' 탑승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 한국이 1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골프에서 금메달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벌써 치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며 단단히 기반을 다지는 점은 새 역사 만들기에 앞서 안심되는 대목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박인비가 16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2위를 유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5일 열린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장면.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