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한찬건
대우인터내셔널(047050) 부사장(
사진)이 포스코건설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한 내정자는 1978년 대우인터에 입사한 이래 회사를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은 대표적인 '대우맨' 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한 내정자는 대우그룹에서 나이지리아 라고스 주재원과 방글라데시 다카 지사장, 이란 테헤란 지사장, 대우인터 기계본부장 등을 거쳤다.
한 내정자의 이 같은 오랜 해외사업 경력은 이번 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포스코건설의 실적부진 원인 가운데 하나가 해외사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의 작년 3분기 매출은 6조531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조1304억원)에 비해 8.4%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2% 감소한 1813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수주 실적은 전년의 65% 수준인 15억6236만달러에 그친데다 자회사 포스코엔지니어링의 남미법인 손실도 대거 반영된 것이 타격이 컸다.
때문에 이번 인사는 오랜 기간 해외 영업망을 직접 쌓아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특히 건설업황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부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한 내정자가 대우인터에서 확보한 해외영업망을 포스코건설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깜짝 인사를 단행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를 적극 활용해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영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PIF와 사우디 현지에 JV(조인트벤처) '포스코이앤씨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립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과 PIF 지분은 4대 6이다.
다만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발주량 자체가 줄어든 터라 신규수주 영업활동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우려다. 경쟁사들 역시 중남미,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중동 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 수주액은 2010년 427억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2011년 295억달러 ▲2012년 368억달러 ▲2013년 261억달러 ▲2014년 313억달러 ▲2015년 165억달러로 감소세에 있으며 올해 역시 2월18일 기준 7934만달러에 그치면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5% 급감했다.
또 다른 문제는 40년 가까이 '상사맨'으로만 영업활동을 해왔다는 점이다. 산업전자본부장, 기계본부장, 기계인프라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나 어디까지나 제조업 쪽 업무였던 만큼 결국은 건설업과 관련한 경험이 전무한 셈이다.
이 같은 부분은 포스코건설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불만 중 하나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출신들이 해마다 '제조업 마인드'를 갖고 넘어와 건설업에 융화되는 시간이 걸리고 그것이 반복된다"며 "뿐만 아니라 조직 자체도 전체 사업구도를 고려하기보다는 모기업의 지시사항 이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난해
포스코(005490)그룹 비리와 관련, 검찰수사가 8개월 넘게 진행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2008년 퇴사한 황태현 사장을 다시 불러들여 자리에 앉힌 것 역시 포스코건설 기업문화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케이스로 보인다. 포스코에서 재무담당 전무와 포스코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지만, 6년 만에 현업으로 복귀하면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황 사장 임기 전 포스코건설은 2013년 매출 10조1314억원, 영업이익 4353억원을 올렸지만, 황 사장이 재임한 2014년 매출은 9조5806억원, 영업이익 3230억원으로 감소했다. 황 사장 역시 실적 개선을 위해 주택사업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작년 3분기까지 6조5310억원, 영업이익 1813억원으로 2014년보다 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대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상사 쪽에 오래 있었다고 해서 건설업에 대해 모른다고 그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라며 한 내정자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또 "어디까지나 해외영업력 강화 측면에서 모셔온 것인 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중동 쪽 발주량이 줄어드는 상황 역시 파악하고 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곳에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