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경기자]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격심해진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용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소득 불평등 확대 현상은 대부분 국가에서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우리나라 중산층 비율은 지난 1990년 74.2%였지만 2000년 68.5%, 금융위기 후인 2008년 63.3%로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소득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중국의 신흥국 부상으로 경쟁의 심화, 이로 인한 자영업자 비중 증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등을 꼽았다.
◇ 고용 불안정이 소득격차 키워
결국 고용부분이 여전히 불안정해 소득여건이 좋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금융위기 이후, 높은 실업률과 낮은 고용이 지속되고 있다.
추경을 통한 일자리사업 등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취업자수는 2374만명으로 1분기(2290만명)에 비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사업이 끝나고 하반기에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고용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용구조 역시 문제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고용 취약계층의 비중이 높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1%보다 두배나 높은 31.8% 수준이다.
이들의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에 소득은 임금근로자에 비해 낮고, 경제충격에는 취약하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에만 자영업자수는 4%나 줄었다.
임시직 비중도 OECD평균 12.3% 보다 높은 26.4%인데 이들은 정규직에 비해 고용보호 수준이 낮아 경제 충격이 발생하면 우선 해고된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의 경우, 실업자가 늘고 취업자는 증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비경제 활동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장기적으로 일을 하지 않아 실업이 장기화되면 경기가 나빠졌을 때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경기적 실업이 아닌 구조적 실업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불안이 서민들의 소득을 어렵게 하는 주원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에 명목소득 증가율이 둔화돼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가계소득은 감소 추세다.
전체 가계 소득의 65%를 차지하는 근로소득과 21%를 차지하는 사업소득이 모두 악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가계의 부채가 크게 늘었는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0년 40%에서 2008년 63.3%로 증가했다.
또 우리나라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1.4배로 미국,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금융부채가 40% 더 높다는 뜻으로 2004년 이후 이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부분 규제를 통해 어느정도 안정이 돼고 있지만 가계의 금융부채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매년 늘어나는 움직임에 대해서 조심해야 한다"며 "계속 부채잔액이 줄어들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성장통해 '파이' 키워야 서민경제 산다
이런 여건 속에서 보고서는 고도성장과 분배개선을 동시에 달성했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성장은 빈곤을 줄이는 제1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이 우선돼야 서민들의 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 경제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추진돼 소득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우선은 경제가 안정돼야 서민들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경기흐름이 회복세를 타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이 함께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저소득층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해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국가차원에서 저소득층과 서민의 생활이 안정되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특히 노동시장과 관련해 노동유연성, 즉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면 고용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원은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경기가 안 좋아지면 대량실업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은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며 "우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통해 경기가 개선될 때 고용도 함께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은경 기자 onew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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