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국내 '4대 프로스포츠'로 불리는 야구·축구·농구·배구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야구의 이승엽(40·삼성), 축구의 이동국(37·전북), 농구의 양동근(35·모비스), 배구의 여오현(38·현대캐피탈)까지 모두 '1등 팀'에서 활약하며 젊은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베테랑의 조건 중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면 양동근을 빼놓을 수 없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까지 꼬박 소화하고 비시즌엔 대표팀에 차출되는 등 체력왕이다. 양동근을 향한 '혹사 논란'은 선수 본인보다 취재진이나 팬들이 먼저 걱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양동근은 "선수가 뛰는데 혹사가 어디 있느냐"며 경기에 투입되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여 "역시 양동근"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가 속한 모비스는 지난 시즌까지 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모비스는 올 시즌도 리그 2경기를 남겨 둔 상황에서 공동 1위에 올라있다. 2004년 데뷔 이후 큰 부상조차 없었던 양동근은 올해도 강력한 MVP(최우수선수) 후보다.
프로배구에서는 여오현이 빠질 수 없는 베테랑의 표본이다. 175cm로 작은 키의 그는 곧 '슈퍼 땅콩'이자 '월드 리베로'로 통한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붙박이 국가대표 리베로로 활약한 여오현은 올 시즌 '초짜'최태웅 감독의 돌풍 아래서 선수 겸 코치로 활약 중이다. 특히 그는 지난달 13일 사상 최초로 '리시브 정확' 6000고지에 올랐다. 이는 상대 팀 서브를 받아 동료 세터 반경 1m 안으로 정확하게 연결한 것을 측정한 것이다. 그만큼 여오현의 배구 센스와 그간의 꾸준한 경기 출전이 증명됐다. 최태웅 감독은 4라운드까지 리베로 1명을 더 투입해 여오현의 체력을 특별 관리하기도 했다. 이후 경기가 거듭 갈수록 여오현의 출전 수가 늘어나면서 현대 캐피탈은 후반기 14연승으로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지난 시즌 0.332의 타율과 26홈런 90타점으로 팀의 5년 연속 정규 리그 우승에 한몫했다. 전성기보다 힘과 스윙 속도에서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필요할 때 터지는 '한 방'은 여전했다. 지난해 국내 400홈런과 11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하며 독보적인 행보도 이어갔다. 특히 이승엽은 집과 야구장만 오가는 단순한 생활 방식과 성실한 훈련 자세로도 유명하다. 삼성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승엽이라는 큰 버팀목이 있어 그를 따라 배우는 삼성 선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올해도 그의 활약은 진행형이 될 전망이다.
'라이언 킹' 이동국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축구계의 자기관리 대명사다. 1998년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외모로 혜성같이 축구계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다소 불성실하다는 일부 평가가 뒤따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잇따른 월드컵 불운과 해외 진출 실패에 더해 성남에서의 방출까지 당한 이후 절치부심했다. 지금의 최강희 감독을 만나 완벽히 부활했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 K리그 통산 180골을 돌파했다. 게다가 골키퍼 김병지(46)를 제외하면 필드플레이어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더는 뛸 수 없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전북의 2년 연속 우승과 과감한 투자를 봤을 때 앞으로 2~3년은 거뜬하단 예상이 나온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해 12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The-K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삼성 이승엽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 클래식 MVP를 수상한 전북 이동국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