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실심 강화'에 나선 서울중앙지법이 1심 재판부를 기존보다 많이 늘리고 사건처리 절차도 크게 개선한다.
서울중앙지법은 "1심 재판부를 대폭 증설하고 재판 시스템을 개선해 사실심 충실화, 특히 1심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21일 밝혔다.
민사부는 소가 1억~2억원 사이의 고액사건 담당인 고액단독 재판부를 기존 6개에서 3개 더 늘리고 모두 부장판사를 배치한다. 중액과 소액 사건 담당 단독 재판부도 각각 2개씩 늘린다.
특히, 서민의 생계형 분쟁 사건을 대응하기 위해 특별처리절차를 새로 만들었다.
우선, 대여금이나 구상금 등 '생계형(생활밀착형) 분쟁'을 집중 처리하는 민사단독 재판부를 4개 신설한다. 시범적으로 소액 사건을 제외한 민사단독 사건 중 독촉절차나 조정절차에서 해결이 안 돼 소송절차로 이행된 사건들이 심리 대상이다.
당사자 간 다툼이 없거나 분쟁성이 낮은 사건은 신속처리절차(Fast Track)를 전담하는 법관이 맡는다. 재판부는 소장부본 송달 후 2~3주일 내 첫기일을 지정하는 한편, 원칙적으로 첫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고 2주일 안에 선고를 내린다. 사건의 종국까지 5개월 남짓 걸리던 종전의 사건 처리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경험·경륜이 풍부한 법관이 도맡는다. 해당 재판부는 비교적 소수의 고분쟁성 사건만을 맡게 돼 충실한 심리 시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사부는 또 내달 중순경 모든 민사단독 재판부에서 인도,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 등과 같은 '임대차 관련 분쟁' 사건을 원칙적으로 조기조정에 회부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방침이다.
당사자의 답변서가 제출되면 재판부는 2~3주 내 조기 조정기일을 지정하고 첫기일까지의 대기 기간을 적극적 심리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운용하는 상근조정위원단 일부를 민사단독 재판부에 임대차분쟁 조정위원으로 배치해 조정안 도출 시 이들의 조력을 받게 한다.
아울러 해사 사건을 전문적이고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합의부 2개와 고액단독 1개 재판부를 '해사 전담재판부'로 지정한다. 서울고법도 이번 사무분담에서 민사 항소부 1개 재판부를 해사 전담재판부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고등법원 부장판사(전 서울고법원장)를 조정총괄부장판사에 보임해 조정 역량 강화도 꾀했다.
형사부도 외국인·성범죄와 부패를 전담하는 합의부를 각각 1개씩 증설했다. 합의 재판부의 사건수 부담을 줄여 사실심 충실화의 여건 마련을 통해 집중증거조사와 양형심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건 처리가 요구되는 아동학대 범죄와 부패 범죄만을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각각의 전담 재판부도 새롭게 지정되며, 성범죄 전담 합의·항소부에는 여성 법관을 1인 이상 둔다.
파산부는 법인파산 사건에서 채권조사확정재판을 보다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법인파산 조사확정 전담재판부를 이번에 처음으로 만든다.
또 부채 30억 미만 소기업의 신속한 회생을 위해 간이회생 전담재판부를 기존의 1개 재판부에서 2개 재판부로 늘렸다.
이와 함께 외부회생위원의 법률적·회계적 전문성 활용을 크게 높이려고 개인회생 사건 중 영업소득자 사건을 도맡는 전담재판부를 15개 재판부로 다시 편성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법원 조직과 사무분담 개편은 금년 법관 정기인사에 따른 것이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