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34.4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일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던 환율은 결국 외환당국의 개입을 불러왔고, 당국의 개입에도 상승세는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함께 개입에 나선 것은 2011년 9월 이후 4년5개월 만이다. 이날 기재부와 한은은 환율 상승세가 가파르게 치솟자 "지나친 쏠림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며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구두개입했다. 그만큼 외환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급했다는 얘기다.
당국의 개입 이후 가파른 상승세는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말이 지나고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오르면서 1230원대를 유지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값은 한 달 보름여 만에 5.3%나 떨어졌다. 하루 동안 12원이나 널뛰는 등 변동성도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환율이 급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최근 환율 상승은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저유가 영향, 일본 및 유럽 시장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는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가계부채 증가 문제 등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러한 영향으로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300원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은 원화를 팔아치우라는 보고서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가파른 환율 상승에도 외환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섣불리 외환보유액을 풀 수도 없고, 시장 개입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따라서 외환당국은 최근 환율 상승세를 부추기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 원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마당에 자금 유출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금리 인하 신호를 주는 것은 독이다.
아울러 주요국 간 통화스와프 강화 등 협력을 통해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금융 외교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