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취약한 구글과 통신사들이 'RCS(Rich Communication Suite)'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메시징 플랫폼 사수를 꾀하고 있다.
RCS는 기존의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와 달리 IP 네트워크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차세대 메시징 규격이다. RCS가 도입되면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 앱을 쓰지 않아도 기존 메시징 서비스에서 영상통화, 데이터 전송 등을 할 수 있다. 과거 카카오톡이 급부상하던 시기, 국내 통신 3사는 기존의 메시징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통합 RCS 플랫폼 '조인(Join)'을 만들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글로벌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RCS를 재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LG전자(066570)와 개발한 'RCS 메시징 앱'을 하반기 출시되는 단말에 탑재할 계획이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MWC) 2016’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23일(현지시간)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장 사장은 "최근 구글이 주로 유럽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RCS를 탑재하는 내용을 제안하고 있다"며 "이번 MWC의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보드미팅에서는 각 사업자가 개별로 구글과 계약 등을 추진하도록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RCS는 유럽과 북미, 중국 등의 규격이 서로 연동되지 않는 '표준의 파편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규격이 만들어진다면 이같은 숙제가 일부 해결될 수 있다. 다만 통신사 입장에선 플랫폼 주도권이 구글에 넘어가는 것이 우려사항이다.
위의석 SK텔레콤 상품기획부문장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통신사들 간에는 굉장히 첨예한 이슈"라며 "구글, 통신사, GSMA가 각각의 관점에서 RCS 이슈를 올해 풀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은 이번 MWC에서 최신 규격을 적용한 'RCS 메시징 앱'을 전시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SK텔레콤은 올해 MWC 부스에 'RCS 메시징 앱' 전시 코너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김미연 기자
이번에 선보인 RCS 메시징 앱은 기능적인 면에서 조인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통신처리는 제조사가, 앱 기능과 UI 등은 SK텔레콤으로 이원화했다. 현재 제조사는
LG전자(066570)와 함께 서비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최두영 SK텔레콤 상품기획본부 매니저는 "절차를 이원화한 것은 빠른 고객 서비스 니즈에 대응해 앱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이번에 전시한 앱은 프로토타입으로, 올해 하반기 이후 출시되는 LG전자 단말에 앱을 탑재할 계획이다.
RCS 메시징 앱이 탑재되면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의 기본 메시징 앱을 통해 택배 정보, 카드 정보, 쇼핑 정보 등을 모아서 볼 수 있다. 이는 이미 SK텔레콤이 지난해 8월 출시한 '여름' 앱에서도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RCS 메시징 앱은 나아가 그룹채팅, 대용량 전송, 카카오톡 등도 지원하도록 했다. 메시징 앱에서 데이터 쿠폰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항공사, 쇼핑몰 등과 제휴되면 앱 내에서 티켓 정보 확인, 주문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 콘셉트도 소개됐다.
이에 구글이 SK텔레콤 부스를 방문해 RCS 메시징 앱의 다양한 기능을 보고 놀라워 했다는 후문이다. 구글은 행아웃 메신저의 취약함을 애플의 '아이메시지'와 같은 형태로 개선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구글의 RCS를 채택하기로 한 통신사는 도이치텔레콤을 중심으로 18개사다.
최 매니저는 "택배 등의 메시지는 아직 기존 SMS로 오지만 어느 순간 카카오톡으로 올 수도 있다"며 "조인은 실패했지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만큼 우리는 갖고 있는 메시징 앱을 진화시키며 고객 니즈에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RCS 메시징 앱이 탑재되면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메시지 앱을 통해 택배 정보, 카드 정보 등을 모아서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메시지 기본 화면, 항공사 티켓 정보 확인, 쇼핑몰 주문 결제, 카드사 메시지 모아보기 화면. 사진/김미연 기자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