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음식은 친환경을 위한 이상향이 될 수 있는가?

세계시민

입력 : 2016-02-24 오후 6:26:07
미숫가루는 현미, 콩, 찹쌀, 들깨 등의 곡물을 볶아내면서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화한 가루로, 물에 타서 마시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며 또한 시간도 절약되는 가루음식이다. 그런데 현대인의 가루음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루음식이 식탁 가득 음식을 차려놓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단란한 식사 방식을 장차 밀어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가루음식 회사의 입장을 the guardian에서 2015년 12월 17일에 보도했다.
 
사진/바람아시아
 
과일, 씨앗, 견과류 등을 으깨어 만든 가루 믹스를 용기에 담고, 찬 물을 더해 흔들어주면 진한 녹갈색의 슬러시가 만들어진다.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음식의 신을 뜻하는 단어 ‘ambrosia’에서 이름을 딴 엠브로나이트(Ambronite)는 음용 식품이 전통적인 음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의 상품 중 하나다.
 
Finnish startup Ambronite의 공동 설립자인 시모 소헤이모는 “미래 음식은 우리의 지구 환경과 인류 모두에게 고려된 것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통적인 음식 체계는 거의 사라졌으며, 붕괴할 것으로 믿습니다. 미국에서는 음식의 40%가 식탁에 오르는 과정 중에 낭비되고 있으며, 인구의 절반은 당뇨병 전증이거나 당뇨병에 걸렸습니다.”라고 덧붙이며 가루음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엠브로나이트는 영양 가득하고 500칼로리에, 적정량의 비타민,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함유한 풍부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소헤이모는 한 끼의 식사를 가루 한 컵으로 만드는 것은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포장을 최소화시키고, 음식의 장기 보관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음식 낭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루음식이 지속가능하다는 근거가 될 학술적 연구는 아직 없다.
 
엠브로나이트의 재료는 여러 나라에서 수입된다. 브라질 견과류는 볼리비아에서 수입되며, 코코넛 가루는 필리핀에서, 아몬드는 스페인에서 수입된다. 베리는 핀란드에서 손수 재배된다. 엠브로나이트의 회사는 가능하다면 어디서든 재료를 유기농 농부에게서 구매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엠브로나이트는 과일, 씨앗, 견과류를 으깬 가루 믹스다.
 
가루음식은 완벽한 지속가능한 식단으로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모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가 음식의 상표를 이해하고 인스턴트 음식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돈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일 수 있지만, 영국에 본사를 둔 가루음식 회사 휴얼(Huel)의 공동 설립자인 제임스 콜리더는 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경력 있는 영양 상담가인 콜리더는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현재의 전략은 잘못되었습니다. 이 방법들은 소비자를 식품의 상표에 집중시키고, 그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어떤 영양소가 최적인지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방 함유량이 적음에 근거해 제품을 구매 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소금과 설탕 함유량을 줄일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개개인에게 적합한 음식을 찾도록 도와야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휴얼의 재료는 지방이 많고 산성을 띠며 마라톤 선수가 즐겨먹는 현미와 콩 단백질, 아마인과 MCT를 포함하고 있다. 휴얼의 제품은 육류 생산의 환경적 영향을 배제하려는 목적에서, 엄격하게 채식만으로 구성된다.
 
휴얼은 하루 6파운드 이하의 가격으로 충분한 칼로리를 제공한다. 반면, 엠브로나이트는 열 묶음의 식사를 75유로(50파운드)에 판매한다. 이 경우, 하루 2000칼로리 식단에 30유로(22파운드) 정도를 소비하게 되며, 엠브로나이트의 생산이 확대될수록 가격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휴얼은 프랑스, 독일, 스웨덴에 배송된다. 엠브로나이트는 두 회사가 위치한 미국과 핀란드를 거점으로, 영국과 캐나다에까지 수출된다. 식품의 가격 책정은 맛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엠브로나이트는 자연의 향과 견과 맛이 나는 깊은 맛을 가지며, 휴얼은 더 연한 맛을 내어 시럽이나 갈린 과일을 취향에 맞게 넣어먹도록 되어 있다.
 
사진/바람아시아
 
휴얼은 하루 6 파운드 이하의 값에 충분한 칼로리를 제공한다.
 
음용 식품이 싸늘한 주방에서 자신 몫의 가루음식을 기다리는, 결코 이상적이지 못한 가족식사처럼 기존의 식사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리즈(Leeds) 대학의 인구 생태학 교수인 팀 벤튼은 “음식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용 필수품으로, 일정이 바쁜 사람들이 가루음식을 유용하게 여길 것은 당연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음식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요리하는 즐거움을 주고, 친구,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으며, 맛을 음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기능은 간단하고 빠른 식사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사람으로서 진정한 음식과, 음식을 통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이며, 기존 식사 방식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식품학 조교수인 조안나 커쇼 박사도 “영양 섭취만이 식사의 목적은 아니다.”라며 이에 동의했다. 조안나 박사는 “씹고 삼키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혹은 여행용으로 가루음식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루음식은 식사의 즐거움을 재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바쁜 삶을 사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듯 가루음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한 휴얼과 엠브로나이트는 건재할 것이다. 엠브로나이트는 2014년의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에서 일주일 만에 오천만 달러의 목표를 달성한 성공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밝혔다.
 
콜리더는 “건강에 좋은 가정 요리는 맛도 질감도 뛰어나다, 그러나 식단 짜기, 장보기, 재료 준비와 설거지의 부수적인 일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존의 식사와 음식은 당연히 훌륭하지만, 적정량의 필요한 재료를 사용해 균형 잡힌 식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휴얼은 대부분의 식단에 포함될 불필요한 요소 없이, 신체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공급한다.”라고 덧붙이며 휴얼의 장점을 제시했다.
 
장차 인류의 모든 식사를 셰이크가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휴얼은 식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음식 섭취량을 50%에서 80%까지만 가루음식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콜리더는 “전통적인 식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휴얼의 목표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휴얼의 목표는 진정한 음식의 영양분을 제공하지 못하는 패스트푸드, 스낵바, 혹은 보충제 등으로 배를 채우거나, 아예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이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가루음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밝혔다.
 
 
안양외고 손혜린 기자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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