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두바이투자청(ICD)이 두바이~싱가포르~한국을 잇는 3대 허브 전략을 토대로 쌍용건설을 세계적인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비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작년 2월 ICD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상장폐지 등 긴 터널을 벗어나 '글로벌 건축 명가'로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이다. 다만 수익성 개선 여부와 신인도 제고 등이 아직 숙제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발주한 2억5200만달러 규모의 도심지하철 공사를
현대건설(000720)과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수주했다.
무엇보다 이번 수주 성공에는 ICD가 주요 주주로 함께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ICD를 배후에 둔 덕에 싱가포르에서 정부 발주공사 참여를 위해 필요한 신용도를 최상위 등급(BCA A1)까지 회복시켜 준데다 지역 내 최대 민간은행인 UOB와 최상위 등급 수수료율 적용 보증한도 약정도 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최저가낙찰제가 아니었음에도 ICD의 지원 여력에 큰 점수를 얻어 수주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입찰에 참여한 JV는 시공능력, 기술력, 안전관리능력, 경영능력 등 비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 승전보를 울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쌍용건설은 작년 말 두바이에서 총 16억달러 규모의 고급건축 프로젝트 3건을 수주한 바 있다. 8억4000만달러 규모의 로얄 아틀란티스호텔을 비롯해 팜 게이트웨이(3억8600만달러), A프로젝트(3억7000만달러) 등 3건의 공사를 수주한 것.
국내에서는 작년 7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현대 3차', 9월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목련 3단지 우성'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데 이어 10월 900억원 규모의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 정비사업도 따냈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2012년 강원 원주시 단계주공 이후 약 3년 만의 일감이다.
12월에는 1250억원 규모의 경기 부천시 소사뉴타운 괴안3D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서울 중랑구 면목6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설명회에도 참석한 바 있다.
이건목 쌍용건설 해외영업 총괄 상무는 "ICD가 쌍용건설을 세계적인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뒤 두바이, 싱가포르, 한국을 연결하는 3대 허브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ICD의 유일한 건설사로서 자체 발주공사를 비롯해 2020 두바이 엑스포 관련 수주는 물론, ICD의 영향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인근의 중동, 아프리카, 유럽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등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수익성 개선을 통한 국내 신용등급 회복이다. 해외 각지에서는 ICD가 대주주로 들어선 직후 발 빠르게 신용등급을 복원시켰지만, 국내에서는 공사비 조달 등을 위해 필수적인 신용도 회복이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때문에 수익성 개선이 선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쌍용건설은 작년 세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진행, 재무구조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적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4% 줄어든 7439억원, 당기순이익은 92% 감소한 39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91억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이와 관련, 쌍용건설 측은 "법정관리 중에는 회생채권이나 협력업체 지급조건 강화 등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에 졸업 후 1년 이상은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두바이, 싱가포르 그리고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위주로 수주에 참여할 것이며 작년 하반기부터 수주한 양질의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는 올 하반기께는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이 두바이투자청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지 1년 만에 본격적인 '글로벌 건축 명가'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