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0원' 난방비와 관리비 횡령, 보수공사 입찰비리 등 아파트 비리. 이는 비단 입주 이후 문제만이 아니다. 분양과 동시에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건설사들간 마찰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대표자들은 도를 넘는 각종 특혜를 요구하며 사업 진행을 방해한다. 이는 결국 입주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물량이 급증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입주자대표의 도가 지나친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견건설업체인 A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지방 2곳에서 진행한 입주자 점검에서 입주자대표 임원들이 본인들의 집에 빌트인 가구와 가전 등의 무상설치를 요구했다"며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더 많은 하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압력을 넣어 어쩔 수 없이 들어줬다"고 말했다.
입주자 모임 등의 특혜 요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몇 해 전 한 대형건설업체가 경기 김포에서 분양한 단지의 경우 입주자회 임원들의 집에 각종 가구와 TV 등이 입주 전 미리 설치돼 있는 것이 알려지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주자 대표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부당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입주자들을 동원해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해 비용부담이 더 늘어나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현장소장들의 입주시점 민원처리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고 전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 등의 도가 지나친 혜택 요구와 건설업체의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가 선량한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건설업체 뿐 아니라 인테리어 업체 등에게 까지 혜택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3년 입주한 전남 광양의 한 단지에서는 입주자모임 대표가 인테리어 업체에게 '(본인 집을)저렴하게 공사해주면 다른 입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공사비 중 1400만원을 할인 받았다.
이 공사를 진행한 인테리어 업체 G씨는 "전국 신축 단지를 돌면서 '구경하는 집'을 꾸미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하자 처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소한 것이라도 좋지 않은 소문이 돌 경우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공사비를 할인 해 줬다"며 "입주자 모임을 통해 소비자들이 많은 정보를 얻기 때문에 그(입주자) 모임에 잘 보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입주자 모임의 대표나 간부 등의 무리한 요구도 문제지만 건설업체들의 고질적인 '눈 가리고 아웅'식 민원처리 방식도 문제다. 애초부터 부실시공을 줄이기 위한 성실시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건설사들은 입주자 점검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처리를 해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그냥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건설사들이 성실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투명하게 하자처리에 나선다면 이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입주민들에게 들어갈 비용은 해당 단지의 다른 시설 비용 감소, 또는 다른 단지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등 결국은 소비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