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중국의 성장 둔화가 확연해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친 데다, 국제유가와 한반도 정세 등 불안요인이 커졌다. 이는 기업들 심리에도 반영됐다. 특히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활로로 여겼던 수출마저 비상등이 켜지면서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8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 결과, 3월 종합경기전망치(BSI)가 98.3으로 나타났다. 3월 전망치만 놓고 봤을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이후 7년래 최저치다.
역대 3월 BSI 추이를 보면 2009년 76.1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10년 116.2, 2011년 113.5, 2012년 106.1, 2013년 104.4, 2014년 104.4, 2015년 103.7로 기준선인 10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 경우 긍정적 경기 전망을 내놓은 기업이 더 많음을 뜻한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매해 3월은 비수기 종료 및 2월에 대한 기저효과로 전망치가 높게 나오는 편인데도 올해는 100보다 낮은 수치가 나왔다"며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어둡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부정적으로 치닫는 주요인으로는 자금사정 악화와 수출 부진이 꼽힌다. 지난해 3분기 상장기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으며, 경상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역시 2013년 79.5%에서 2014년 83.6%, 지난해 85.7%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부진도 뚜렷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4.9% 감소한 데 이어 12월 14.1%, 올해 1월 18.5%로 감소폭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2월 들어서도 20일까지 17.3% 감소했다.
각종 지표가 악화되면서 3월을 대하는 기업들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됐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 104.8, 수출 99.0, 투자 96.6, 자금사정 95.6, 재고 102.9(100 이상일 경우 재고과잉), 고용 97.9, 채산성 100.6 등으로, 내수와 채산성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내수의 경우 신학기 효과 등이 다소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들의 3월 전망 역시 어두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3월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지수(SBHI)는 89.3으로 집계됐다.
역대 3월 SBHI 추이를 보면 2009년 70.5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2010년 100.4, 2011년 97.8, 2012년 90.9, 2013년 87.2, 2014년 93.1, 2015년 92.8로, 2010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올해 3월 SBIS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주요 불안 요인으로는 단연 내수 부진이 첫 손에 꼽혔다. 내수와 수출, 자금사정 등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내수 의존도가 큰 만큼 최대 경영애로 사항으로 '내수 부진'이 지목됐다.
부문별 전망치를 구체적으로 보면 내수 88.6, 수출 84.4, 경상이익 84.4, 자금사정 82.9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모두 감소했으며, 고용수준만 95.8로 소폭 상승했다. 경영상 애로사항 조사에서는 내수 부진이 74.6%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내수 부진을 3년10개월 연속 1위로 꼽을 만큼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2월 실적에서도 부진했다. 대기업들의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 실적치는 87.0으로, 지난해 8월 86.6 이후 6개월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소기업의 2월 업황실적건강도지수(SBHI) 역시 71.2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6월 77.1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2월 실적치가 급격히 떨어진 만큼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 방안이 필요하다"며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내수와 수출을 반등시킬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 하늘에 먹구름이 뒤덮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