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000030)장의 해외 투자설명회(IR) 진행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지분 투자자를 찾기 보다는 투자 심리 개선의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IR 진행 기간 동안 주당 9000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다시 8000원대로 내려앉아 이 행장이 투자자 심리를 이끌어왔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불안의 악재로 인해 우리은행 민영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광구 행장은 지난 16일부터 11일간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주요 금융 중심지에서 IR을 진행했다. 이번 해외 IR에는 총 31개 해외 투자자들이 참가했다.
이 행장은 지난해 확정된 실적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호전되는 실적 개선세와 건전성 개선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민영화에 참여할 잠재 인수자를 물색해왔다. 특히 이번 IR은 이 행장이 직접 나선 첫 번째 사례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분투자 물색이 아니라 투자 심리 개선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실적과 건전성이 나아졌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이해시키려는 작업이었지 지분 투자자를 찾으려는 자리는 아니었다"며 "유럽의 은행권을 둘러싼 금융위기설이 급부상한데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중국 경기 불안 등으로 작년에 비해 투자 여건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중동 국부펀드들과 매각 협상을 벌여 왔다. 하지만 저유가가 계속되자 중동 국부펀드들이 해외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지난해 초 1만원대를 넘어섰던 우리은행 주가도 8000원대로 떨어졌다.
우리은행측은 이광구 행장이 IR중인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7일 연속 외국인이 약 360만주를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유럽 IR의 성과를 좋게 봤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올 들어 처음으로 9000원대 육박하기도 했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는 못했다. IR복귀 후 첫 영업일인 이날 오전 우리은행 주가는 87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한 주당 1만3000원에 아직 크게 못 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실적 개선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외 IR길에 오른 것"이라며 "수장이 IR 참석해서 주가가 오른다면 전임 우리은행장들도 모두 해외 IR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앞장선 중동 IR에 이어 이 행장이 나선 유럽 IR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일각에선 연내 매각을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배당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16일부터 11일간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주요 금융 중심지에서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