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더민주 김병관 “당과 총선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집중”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남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는 사람"
"공천 지역 아직 정해지지 않아…당이 최적의 제안 주면 논의해 결정할 것"

입력 : 2016-03-02 오후 2:16:56
김병관 웹젠 의장이 외부인재 영입 2호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1월3일, 4선 중진인 김한길 의원은 당을 떠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안철수 의원을 주축으로 한 신당(국민의당)이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더민주의 지지율은 한때 10%대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더민주의 지지율은 안 의원 탈당 전 수준을 회복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선거체제 전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당이 어려울 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들어왔다”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뭔가를 평가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면서도 “재밌게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입당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선거대책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에 임명된 그는 “기존 정치권 인사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인선이 이뤄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제는 당이 4월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일에 그도 집중하고 있다.
 
정치나 게임이나 협력이 기본…“각자 역할 잘 하는 것이 중요”
 
그는 정치와 회사 경영은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다를 수는 있지만, 정상적이고 깨끗한 사회라면 정치나 회사 경영 모두 상식적인 수준에서 국민의 눈높이로 판단하고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그가 의장으로 있는 '웹젠' 하면 떠오르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뮤’와도 정치는 비슷한 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MMORPG의 기본 전제는 협력·협동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게임 캐릭터 중 전사는 자신을 단련하고, 상인은 장사를 하며, 대장장이는 농기구를 잘 만드는 일을 수행한다. 그래야만 게임 속 공동체가 잘 유지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은 정치에도 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당 후 진행된 전국순회 더불어콘서트에서도 그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서 역할을 잘 하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나라, 그게 좋은 나라’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는 “당 내에서의 협동은 이뤄지고 있지만 여·야 간 (갈등으로 인한) 정치공백이 이어지고 야당끼리의 연대와 협력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 사이에 놓인 벽을 허물고 야당 사이에 있는 숲을 헤쳐 나가야 정치가 발전하고 나라의 미래도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드러냈다.
 
"정동영 전 의원, 대통령 후보 시절과는 무게감 달라"
 
다만 선거를 앞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세력에 대한 견제의 끈은 놓고 있지 않다. 그는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익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전북은 정동영 전 의원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상당한 곳이다.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행에 대해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야당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과 지금의 정동영은 분명 다른 사람이고 무게도 다르다”고 평가했다. 더민주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인사가 이제는 다른 당에 가서 본인이 속했던 당을 공격하는 입장이 된 것이 정치 도의상 맞는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고 당 대표까지 했던 안철수 의원이 당을 버리고 나간 점도 비판받아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행으로 전북지역 표심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표를 얻는 부분이 있겠지만 잃어버리는 표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선 출마 지역이 정해졌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없다. 없으니 발표를 안한 것”이라고 답했다. 확실하지 않은 당 내외의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그의 연고인 전북 정읍과 익산은 물론 서울 관악·양천, 경기도 남양주·분당까지 회자됐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인터뷰 당일 더민주 전략공천 1호로 선정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에 이어 그가 전략공천 2호가 될 것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그는 “해주면 고맙겠다”는 말로 웃으며 넘겼다. 출마 지역에 대해 그는 “계속해서 당이 전략을 잘 만들어 당과 영입인사 모두 잘 될 수 있는 최적의 안을 만들고 제안을 주면 상의해서 지역을 정할 것”이라며 “나는 아직 그런 단계에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지난달 29일 전정희 의원이 더민주 탈당 기자회견을 하며 ‘김 의장을 전북 익산을에 전략공천하기 위해 나를 탈락시킨 것’이라고 말한데 대해서는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전 의원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민주 현역의원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 평가는 지난해 12월 이뤄졌다며 “그때 평가한 것을 지난 주에 발표한 것이라는 점을 아실만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서운한 게 있다”고 말했다.
 
컷오프 관련해 그는 “일부 의원들이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 의원을 예로 든 그는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대해 최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지금 조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이상의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더민주 당무위가 비대위로 선거 관련 권한을 이양한 상황에서 컷오프 대상자 중 일부에 대한 구제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들에게 공천을 통한 감동 줘야"
 
그는 “외부인재 영입 초기에는 개개인의 입당이 이슈였고 그 힘을 몰아 전국순회 더불어콘서트로 붐을 일으켰다면 이제는 공천으로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이 양 전 상무를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 전략공천한 것이 예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이 속한 총선공약단 내 더불어성장본부에서 만들고 있는 공약집이 당의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희망도 나타냈다.
 
그는 더불어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당과 국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후에도 콘서트나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등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권자들이 변화에 대한 갈망이 많고 좀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대해 그는 “처음 김 대표가 영입되어 당에 오셨을 때 내부에서 비판이나 걱정도 있었다”면서도 “이제는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대해 그는 현실 판단이 비교적 정확하고 시대에 맞게 생각의 전환이 빠르다는 평을 내놨다. 하지만 가장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김 대표의 경청 능력이다. 그는 “당을 끌고가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 비대위에서도 안건 하나를 가지고 김 대표가 계속 듣다보니 오히려 위원들 사이에서 “이정도 했으면 통과합시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도 그는 “인상 자체가 좋지 않나? 사람을 많이 끌어들이는 인물 같다”고 평했다.
 
입당 기자회견에서 "스타워즈를 본 아들이 나에게 '다크사이드'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말한 바 있는 그는 "기성 정치인들에 대해 가졌던 나쁜 이미지가 입당의 변에 쓴 다크사이드 유혹이라면, 그렇게 변하지 말아야겠다고 되뇌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지난 1월31일 광주 화정동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비대위·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김병관 비대위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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