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향한 관문인 경선의 최대 승부처 '슈퍼화요일'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따라서 남은 선거 일정에서 극적인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두 후보가 대선 대표주자로 본선에서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클린턴-트럼프 압승으로 대의원 과반 확보
1일(현지시간) 11개주와 미국령 사모아, 민주당 국외 거주자 투표 등 총 13개 지역에서 열린 경선에서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와 버지니아, 조지아, 매사츄세츠 등 7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고 미국령인 사모아에서도 승리를 거둬 총 8곳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클린턴 후보의 라이벌로 꼽혔던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에서 압승했고 콜로라도와 오클라호마, 미네소타 총 네 곳에서 클린턴 후보를 앞섰지만 전반적인 수치에서 크게 밀리며 그동안의 돌풍은 미풍에 그치게 됐다.
공화당에서도 많은 대의원이 걸린 앨라바마와 아칸사스, 조지아와 매사추사츠주 등 7개 지역에서 트럼프 후보가 압승을 거두었고 테드 크루즈 후보는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알래스카 세 지역에서만 승리했다. 공화당 주류가 밀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후보의 경우에는 미네소타 한 곳에서만 승리를 거두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매 3월 첫번째 화요일에 실시돼 ‘슈퍼화요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번 선거에서는 승리 여부도 중요하지만 특히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각주에서 선출된 대의원이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경선 후보를 투표하기 때문이다.
올해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체 대의원 수는 4763명과 2472명으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2382명과 1237명 이상의 대의원 지지가 필요하다.
이날 투표를 통해서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후보는 각각 총 285명과 544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며 경선에서 독보적인 우위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트럼프 후보는 승리를 확인한 후 연설을 갖고 “경선이 끝나면 난 힐러리만을 쫓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양강구도를 예시했다.
클린턴 후보 역시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에서 “대단한 화요일이었다”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미국을 하나 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선거 캠페인에서 “위대한 미국”을 강조해 온 트럼프 후보를 정면으로 비꼬는 발언이다.
현재 클린턴-트럼프 본선 양자 가상 대결서 클린턴 후보가 앞서
주요 외신 및 전문가들은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압승을 거둠에 따라, 두 후보의 대선 양강구도가 가시화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2주 후인 3월15일에 5개 주에서 열리는 이른바 '미니 슈퍼화요일'에서 대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샌더스 후보는 앞서 슈퍼화요일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대결을 벌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플로리다, 일리노이,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등 5개 주에서 열리는 경선 결과에 대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상 이러한 가능성은 낮다. 이미 슈퍼화요일에서 두 후보가 많은 대의원을 확보했고, 지금껏 슈퍼화요일에서 실패한 후보가 경선 후보로 올랐던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는 서로를 본선 경쟁 상대로 인식한 듯 서로를 겨냥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트럼프 후보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을 지지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서 “매우 실망스럽다”며 공격을 이어갔고 트럼프 후보도 “클린턴은 대통령이 될만할 힘과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 두 후보만 놓고 본 본선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평균적으로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2월10~27일) CNN과 ORC가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두 후보를 비교했을 때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은 52%로 트럼프 후보의 44%보다 앞서갔다.
또 다른 언론인 폭스뉴스의 조사(2월15~2월17일)에서도 클린턴 후보가 47%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42%를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승리를 확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USA투데이와 서포크가 함께 한 조사(2월11~15일)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45%로 43%의 지지율을 기록한 클린턴 후보를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