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학부모단체가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의결한 서울시의회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 중·고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놓고 보수 단체와 시의회, 서울시교육청 간의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자율교육학부모연대(자교연)는 2일 김문수 시의회 교육위원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조진형 자교연 대표는 "시의회의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 의결이 직권남용이고 서울교육청이 중·고교 도서관에 비치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재정법에 국가 정책에 반할 때 지방예산을 편성할 수 없도록 돼 있고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도 일제시대에 일정한 관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행위로 규정해선 안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보수단체의 검찰 고발은 앞서 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최근 예산 집행을 거부한 학교장을 상임위에 출석시키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지난 달 29일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거부하는 일부 교장들의 교육관이 의심스럽다"며 "의회에 출석시켜 의회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의결한 목적사업비를 집행하지 않는 이유를 따져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의회는 이번 임시회 회기 종료 시한인 오는 9일 전까지 교육위원회에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거부한 중·고교 교장들의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말 시의회 의결에 따라 중·고교 583개교에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을 한 질씩(전 3권) 비치하기로 하고 예산 30만원 씩을 내려보냈다.
그러나 서울디지텍고 등 일부 학교가 예산 집행을 거부하거나 보류했으며 여기에 보수성향 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 교육감은 1일 3·1절 논평에서 "우리 학교 도서관에 겨우 친일인명사전 한 질을 구비하는 것이 아직도 논란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일제에 맞선 저항의 역사 앞에 후손으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의 친일인명사전 4389명 필사본 제작 범국민운동에 돌입한 지난 달 29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시의원들이 필사본 제작을 위한 친일인명사전을 건네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