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의 가치를 담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증권시장 개장 6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향후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글로벌 거래소로 성장해나갈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제도·인프라의 개선, 다양한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해나갈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3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그랜드볼룸에서 증권시장 개장 6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정확히 60년 전인 1956년 3월3일 전후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척박한 황무지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꿈과 염원을 담아 증권시장의 새싹을 틔웠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60년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상장사 수는 12개에서 2000여개로 늘었고, 시가총액이 1400조원을 넘는 세계 13위권의 시장으로 거듭났다.
최 이사장은 “작고 초라했던 기업들은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오늘날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민들은 직간접 투자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간 수많은 변화의 풍파를 넘어온 과정도 되새겼다. 최 이사장은 “증시의 새싹이 채 가지를 치기도 전에 1962년 5월 증권파동으로 시장이 마비돼 장기 휴장에 들어갔던 뼈아픈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시장은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 1972년 기업공개 촉진법 등을 통해 1970년대 후반 본격적인 ‘상장 러시’를 이루면서 비로소 발행·유통시장의 틀을 갖췄다. 1979년에는 여의도로 터전을 옮겼고, 1980년대 국민주 보급으로 ‘증시 대중화’ 시대를 열며 1989년 3월말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1990년대에는 외국인 증시 개방과 ‘벤처 붐’으로 획기적인 도약을 맞이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와 IT 버블로 또 한 번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에서 진일보해 선진시장 환경을 갖추면서 한 단계 도약에 나섰다.
최 이사장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일반상품 등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오늘날 일평균 60조원의 금융투자상품이 거래되고, 기관과 개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균형 있게 경합하는 명실상부한 ‘종합 자본시장’으로 발돋움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벤치마크 대상이 됐고, 동남아·중앙아시아 등으로 금융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세계적 수출 메이저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60년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임을 밝혔다.
최 이사장은 “IT 신기술과 서비스 혁신으로 무장한 세계 거래소들이 국경을 초월한 유동성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그 누구도 미래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거래소도 새로운 투자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기존 투자자의 역외 유출을 막는 동시에 새로운 투자수요를 역내로 유치하고, 이를 위해 우리 시장의 제도·인프라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글로벌 연계거래, M&A,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체결 중심의 전통적 영역에서 벗어나 CCP, 정보사업, 장외플랫폼, 블록체인 등으로 새로운 먹거리와 시장서비스를 확충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자율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시장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과 IPO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IPO는 변화와 혁신의 가치를 담아내고 새로운 희망의 60년으로 나아가기 위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간사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대 국회 안에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거래소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더라도 거래소의 본사는 부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금융개혁을 해나갈 것”이라며 “코스피, 코스닥 등 시장 간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경쟁상대인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지주회사와 국경을 넘는 협력을 통해 더 성장하고 있다”며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3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발자취를 기념하고,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일류 자본시장으로 재도약 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기원하고자 국회,정부,학계, 언론 등 증권업계 내외빈 약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 증권시장 개장 6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