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본격적인 공채 시즌에 돌입하면서 중견건설사들이 '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반면 대형건설사들은 불확실한 업황에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고 희망퇴직자를 받는 등 '조직 슬림화'에 중점을 두면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6일 건설워커 등에 따르면 주택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중견건설사들이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보유한 택지에 대한 신규분양이 올해도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6명을 신규 채용한 중흥건설은 올해도 100명 가량의 직원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중흥건설의 총 직원 수는 약 650명으로, 15%에 해당하는 인력이다.
작년 150명의 직원을 뽑은 우미건설도 작년 기준 전체 직원 수(450명)의 11%에 해당하는 50명의 직원을 올해 뽑는다. 지난해 약 5700가구를 공급한 우미건설은 1795가구 규모의 강원 춘천시 후평주공3단지 재건축 사업을 비롯해 올해 총 7710가구의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건설워커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분양물량을 쏟아내면서 사업을 확대하는 터라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신입사원은 물론, 경력직 채용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대형건설사들은 불안한 업황에 신규 채용 계획조차 못 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올 상반기 채용을 확정한 곳은
삼성물산(000830)과 롯데건설 정도다. 롯데건설은 그룹 차원에서 내달 상반기 정기 공채를 진행한다. 규모 등 세부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그룹 공채가 있는 상반기에 같이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상태다.
대우건설(047040), 포스코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012630)개발 등 10대 건설사 절반은 아예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다. 2013년부터 하반기 채용만 진행해 온 SK건설은 올해도 상반기 신입 직원을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대형사들의 채용이 진행되더라도 인력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사들이 저유가에 따른 중동 발주물량 감소,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 국내 주택경기 침체, 토목공사 발주 감소 전망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수년간 건설산업 성장률이 정체돼 있었지만, 작년 분양물량의 착공으로 현장인력 수요는 늘어난 상태"라며 "현장경력직들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신규 사업을 위한 본사 신입사원이 크게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희망퇴직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보상금액이나 일정, 인원수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됐던 삼성물산을 비롯해 적지 않은 수의 건설사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업황이 나아지지 않자 관련 제도가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국내 공공발주가 줄고 해외사업도 부진해지면서 건설업 성장 속도가 느려져 예전처럼 대규모로 사람을 뽑을 수가 없다"며 "조직을 축소하려는 목적이 아닌 인력 수급의 방안으로 소규모 희망퇴직은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설업계의 신입사원 채용 축소가 자칫 국내 건설기술 맥의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경험이 중시되는 업계 특성상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엔지니어 양성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영환 건산연 연구본부장은 "국내 건설사나 엔지니어링업체가 최근 몇 년간 신입 인력을 많이 채용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인력이 단절될 수도 있다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본다"며 "청년 엔지니어의 진입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현장 실무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견건설사들이 외형 성장을 위해 신규 채용에 적극 나서는 반면 대형사는 보수적 채용에 나서면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2015 엔지니어링기업 취업박람회' 취업상담 부스.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