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이 부산하다. 만능통장으로 소개되고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전 때문이다. 150조원이 몰릴 수 있으니 가히 짐작된다. 강제할당에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야근까지 시킨다고 한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금융투자협회는 18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광고도 제작했다. 고객들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ISA 가입을 위해 은행 등 금융권에 문의전화를 하는 고객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본격 출시가 불과 6일 남았는데 ISA에 무슨 상품이 담기는지,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도대체 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상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일단 빨리 가입 예약을 해서 상품권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라’는 게 대부분의 상담 내용이다. 투자형 상품이 포함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도 없다. ‘깜깜이 투자’를 하란 말인가.
대출을 해주며 ISA 상품 판매를 유도하는 소위 꺾기 판매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객이 피해를 보게 되는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고, 확산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당장 불완전 판매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다. 1년 만에 손해를 보도록 구성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이 대규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 사태와 1조원 이상의 피해를 냈던 동양그룹 사채에 투자한 동양 사태를 반복할 수도 있다.
고객들의 시선이 금융당국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자세가 너무 소극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들의 고가 경품 마케팅에 대해 "금융사의 마케팅 전략 등 경영사항에 대해 감독당국이 직접 관여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모르는 체하겠단 얘기다.
임 위원장은 또 "불완전 판매로 판단되는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고도 경고했다.
일단 불완전 판매로 고객이 피해를 보아야 엄정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단 말이다.
6일 남았다. 태스크포스 팀(TFT)이 현장에서 더 뛰어야 한다.
최소한 고객이 미끼상품에 현혹되지 않고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판매상품·운용전략·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차곡차곡 모은 푼돈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의 입에서 통곡이 아닌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도록 말이다.
고재인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