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고민 끝에 게임 산업에서 답을 찾았어요. 애니팡이 저희 교과서였죠."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가 오는 4월이면 서비스 출시 3주년을 맞이한다. 카카오페이지는 출시 초기 콘텐츠 오픈마켓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뼈아픈 실패도 맛봤다. 당시 카카오페이지는 '극도로 실패한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동안 시도했던 몇몇 유료화 모델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자연스레 대중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그랬던 카카오페이지가 출시 몇 개월 후부터는 성장세로 돌아섰다. 30개월 동안 계속해서 매출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하키스틱(J커브) 커브를 그리진 못했지만, 점진적 성장을 통해 카카오페이지의 가능성을 옅볼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카카오페이지는 일 평균 매출 2억원에 육박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됐다.
카카오페이지의 이같은 성과는 장르의 다변화, 감상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또 콘텐츠 장르를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기다리면무료'라는 새로운 감상 시스템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었다. 모바일 게임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하트'를 지급받는 것과 유사하다.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포도트리 사무실에서 이진수 대표가 그동안 카카오페이지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뉴스토마토>는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포도트리 사무실에서 이진수 대표를 만나 카카오페이지 서비스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를 개발·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의 자회사다. 지난 12월 김범수 의장이 192억원 상당의 포도트리 지분 28.6%를 카카오에 무상증여함으로써 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날 만난 이진수 대표는 자신을 포도트리 대표라기 보다는
카카오(035720)의 카카오페이지 담당자라고 소개했다. 자회사 편입 이후 모회사인 카카오의 긴밀한 협력 하에 카카오페이지를 서비스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지 성과의 해답은 게임 산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을 사례로 들었다. 이 대표는 "타임충전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소액의 보상을 푸시를 통해 제공, 구매전환으로 이어지는 모델이 애니팡의 본질"이라며 "우리 콘텐츠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애니팡처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에서 어떤 콘텐츠가 가장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초창기 이미지, 텍스트, 비디오, 사운드 네 가지를 결합할 수 있는 저작 도구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시장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 지를 지켜보기로 했었다"며 "이 실험은 불과 2주만에 실패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콘텐츠 산업 특성상 작품이 연재 형태로 제공돼야 하는데, 오픈마켓 형태로는 이같은 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포도트리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 버스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엔진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이 대표는 게임 산업에서 힌트를 얻어, 애니팡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이용자들로 하여금 유료와 무료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 도입했다. 애니팡에서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하트'를 받는 것처럼 웹툰, 웹소설 등의 콘텐츠도 일정 시간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웹소설, 웹툰 등 각종 콘텐츠 운영의 철학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는 카카오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각 콘텐츠를 하나의 출시된 단일 게임처럼 생각하고 서비스 하고 있다"며 "각 콘텐츠에 어울리는 패키징을 적용하고 콘텐츠의 트래픽과 매출을 하루하루 분석해가며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올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드라마 콘텐츠가 중심이 된 동영상 서비스가 카카오페이지에 추가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장점인 콘텐츠 분절의 노하우, 유료와 무료의 경계를 허무는 요소 등을 드라마와 결합시켜, 새로운 개념의 동영상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구작 드라마, 신작 웹드라마, 미니 드라마 등을 서비스해 트래픽과 매출이 함께 정비례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을 만들어 내겠다"며 "재밌는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