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문제를 총선 의제로 내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연이어 방문하며 노동계 마음얻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김동만 위원장을 만나 “70년대 초중반 이후 정부가 기업만 편들고 1987년 1차 노동(관계)법 개정도 개악되다시피 하며 노사 갈등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을 정상 궤도로 돌리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동에 위치한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는 “지금까지 우리 당과 민주노총 사이에 거리가 멀었던 것 같고 경제상황이 어려워 노사관계도 원활하지 못했다”며 “민주노총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정치권이 강구해야 할 방법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얘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월 정부의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양대지침 발표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등으로 노동계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친박계 3선인 김태환 의원을 배제하면서까지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경북 구미을에 단수추천한 것을 의식한 행보로도 보인다.
자신의 철학인 경제민주화 추진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1987년 헌법 개정 때 한쪽(기업)을 지나치게 강조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경제민주화 못을 박아놨지만 아직까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비대위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성장 핸드북 발간 행사에서도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우리 경제의 활로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진단을 하지 못하니 국민들은 그저 ‘또 한 번 속았구나’하는 식으로 지나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경제운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박영선 비대위원은 지난 4일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구호인 ‘바보야, 문제는 바로 경제야’를 언급하며 정부의 경제 부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민주의 경제문제 중시는 외부인재 영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월27일 김 대표가 취임한 후 더민주에 입당한 외부인재 중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이지수 전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위원, 조정훈 세계은행 우즈벡 대표 등 경제관련 인사들의 비중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별도의 입당식을 치르지 않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으로 활동하며 당의 총선공약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더민주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시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가 선거 관련 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김 대표는 외교안보·경제 전문가 중심으로 비례대표를 채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에서 구애를 받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더민주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김 대표가 경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구조가 이 상태로 가다가는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김 대표도 알고 있겠지만 총선에 얽매여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민주가 내놓은 더불어성장론이나 국민연금 기금을 이용한 공공투자 정책 등도 약해보인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김 대표의 양대노총 방문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무실 밖까지 나와 김 대표를 환영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눈 반면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최종진 직무대행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한동안 서로 앞만 바라보기도 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작년부터 민주노총에서는 더민주와 함께 자리를 마련해보려는 의견 타진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늦게 자리가 마련이 됐다"며 냉랭한 분위기를 표현하기도 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앞줄 왼쪽 두번째)가 7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노총을 예방, 김동만 위원장(왼쪽 첫번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