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전쟁이라 불리는 이동통신 주파수경매를 앞두고
KT(030200)가 유독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4월 진행될 주파수경매는 2.1기가헤르츠(㎓) 대역의 20메가헤르츠(㎒)폭을 두고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파수경매안이 발표된 이후 KT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서도 유난히 조용한 모양새다. 지난 2013년 주파수경매 당시 1.8㎓ 대역을 놓고 노조까지 동원해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것과 대조된다. KT는 현재 2.1㎓ 대역에서 자신들이 재할당 받을 40㎒폭 대가가 경매 낙찰가와 연동되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LG유플러스(032640)의 움직임에 따라 KT가 지불할 재할당 대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T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데는
SK텔레콤(017670)과의 관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매에 나올 2.1㎓ 대역 20㎒폭은 원래 SK텔레콤이 사용해 왔다. 이미 상당한 비용 투자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2.1㎓ 대역 20㎒폭을 더 원하는 곳은 SK텔레콤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재할당 대가 연동까지 묶여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KT가 가만히 있어도 SK텔레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037560) 인수 추진도 KT가 주파수경매에 집중하지 않는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되면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등에서 가장 위협을 받는 곳은 KT다. KT 입장에서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KT는 이날 직원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결의에 대해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자 LG유플러스와 공동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과거 노조까지 동원해 주파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례적"이라며 "경쟁사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가 최우선 과제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사진/KT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