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CJ헬로 합병 청사진에 경쟁사 "공허함·꼼수·사탕발림"

KT·LGU+ 이어 지상파 반대 입장 표명

입력 : 2016-03-08 오후 6:07:42
SK브로드밴드가 8일 CJ헬로비전(037560) 합병 승인 이후의 콘텐츠 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경쟁사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SK브로드밴드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촉진을 위해 향후 1년 간 총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1800억원을 재투자해 5년간 총 5000억원 규모를 콘텐츠 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이번 펀드가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과 성장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를 이행할 것"이라며 "타 미디어 플랫폼들에도 경쟁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가 8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CJ헬로비전 합병 법인 출범 이후의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미연 기자
 
이에 대해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공동 입장자료를 내고 "SK브로드밴드가 발표한 내용이 이번 인수합병과 큰 연관성이 없고 공허한 펀드조성 액수만 되풀이한 것"이라며 "특히 인수합병을 전제로 투자하겠다는 것은 콘텐츠 유통시장을 독점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명분으로 걸고 있지만, 실은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 간 배타적 협력관계를 강화해 콘텐츠 산업의 자본 예속을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가 공개한 투자 금액은 외부 투자 유치와 재투자 금액을 빼면 사실상 1500억원 규모로, 펀드 형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기존에도 진행하던 내용"이라며 "SK텔레콤(017670)과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 독점화가 우려되는 이번 인수합병을 자진 철회하고 기업으로서 투자 활성화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3사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SK브로드밴드가 이날 발표한 계획을 '면피용 약속'이라고 지칭했다. 계획 상 투자 외형은 커졌지만 실제 자체 투자액은 오히려 줄었고, 공익성을 담보할 어떤 조치도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이유다.
 
협회는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이 지적한 ▲현행 방송법과 개정 중인 통합방송법의 소유제한 규정 ▲재벌 플랫폼 등장에 따른 방송 시장 황폐화 우려 ▲방송 공익성·공공성 침해 우려에 대해 SK브로드밴드가 답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제기된 우려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은 채 마치 방송업계가 긴급한 위기를 맞아 당장 무너질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투자 금액만 내세우는 것은 사탕발림이자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발표는 한 마디로 SK텔레콤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반영되지 않은 인허가가 이뤄진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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