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휴대전화 유통점 100곳에 총 1억68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과태료 규모나 책임 소지 측면에서 제재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잇달았다.
10일 방통위는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유통점의 단통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안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월부터 온라인 제보, 국민신문고 민원접수, 단말기 유통법 신고센터 등을 통해 신고된 155개 유통점(대리점 15개, 판매점 140개)을 대상으로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실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00개 유통점에서 ▲지원금 과다지급 ▲사전승낙제 위반 ▲조사 거부·방해 등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지원금을 과다지급한 유통점은 96곳이다. 유통점별 위반행위 수준은 최소 5건에서 최대 5506건에 이르렀고, 평균적으로 약 20만원이 초과 지급됐다. 과다지급된 지원금 유형은 현금 페이백이 가장 많았고, 할부금과 위약금 대납이 그 뒤를 이었다.
사전승낙제를 위반한 유통점은 7곳으로, 사전승낙을 받지 않고 이동통신 서비스 판매 영업을 했다. 또 3개 유통점은 영업자료가 저장된 PC의 전원을 차단하거나 단말기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허위 주장을 하는 등조사를 거부·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이들 단통법 위반 유통점에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과다지원금을 지급한 유통점 중 최초 위반한 95곳은 150만원, 2회째인 1곳은 4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모두 위반 건수가 2건 이상으로, 기준금액의 50%가 가중됐다. 사전승낙제 위반 유통점과 조사 거부·방해에 해당하는 유통점은 각각 100만원, 500만원씩 과태료가 책정됐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방통위 제재 수단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잇달았다.
먼저 김석진 상임위원은 공시지원금을 5건 위반한 업체와 5500건 위반한 업체의 과태료가 동일하다는 점에 의문을 던졌다. 현행법상 과태료 기준금액은 1회 위반 시 100만원, 4회 이상 위반 시 1000만원이다. 단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모두 1~2회 위반에 건수만 5~5506건을 기록했다.
김 상임위원은 "이렇게 위반 건수의 편차가 큰데 과태료가 동일하다면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업체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라며 "제도적인 개선책을 내놔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철 단말기유통조사담당과장은 "기본금액 자체가 100만원으로 낮은 편"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시행령을 개정해 과태료 금액을 조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사전승낙제를 위반한 유통점은 제재를 받는데, 이를 개통해주면서도 묵인한 본사, 대리점 등은 빗겨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신 과장은 "현재 법적으로는 대리점과 본사까지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고, 고 상임위원은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재홍 부위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이른바 '큰 손'은 걸리지 않고 영세업체들만 제재를 받게 된 점을 지적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유통점이 받은 총 117건의 제재 중 115건이 일반 판매점에서 발생했다. 직영점은 2건, 양판점 등 대형유통점은 0건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