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외 출국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 사업 특성상 이용 고객은 한정돼있는데, 면세점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 결국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등 '레드오션'으로 전락해 업계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제는 추가 출점 등 양적인 성장보다는 상품구성이나 마케팅 등을 강화하는 질적 성장이 필요할 때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이 면세점 업계에 서울 시내면세점의 추가 특허를 내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요 면세점 업체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더 이상의 면세점 추가 특허는 수도권 중소·중견 면세점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서울의 대기업 신규 면세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의 특성상 주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에 제품을 팔 수 있는 고객 수는 한정돼 있는데, 면세점이 더 생기면 이른바 '파이 나눠먹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인한 고객 수 감소를 직접 겪어봤듯이 외국인 관광객이 조금만 줄어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 면세점 업계에 경쟁자만 더 늘게 된다면 결국 업계의 발전을 막게 될 것"이라며 "결국 관세청이 면세점 업계를 다 죽이려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 4일 관세청장과 서울지역 면세점 CEO와의 간담회에서 면세점 추가 특허와 관련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행보를 두고 사실상 지난해 말 특허권을 박탈당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001740)의 워커힐면세점의 '부활'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새롭게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과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
하나투어(039130)의 SM면세점 등은 고객들의 발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영업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롭게 면세점 사업을 노리는 기업도 크게 줄었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도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새로 영업을 시작한 신규 면세점을 보면 고객몰이가 신통치 않다. 이 같은 모습에서 볼 수 있듯 면세점 시장 진출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면세점을 무분별하게 늘릴 경우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다. 무엇보다 중국 여행사의 배만 채워주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면세점 업계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과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던 관행이 더 심화될 것이 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면세점 업계가 상품구성이나 마케팅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질적 성장'을 통해 성숙기에 진입해야 하는 시기"라며 "추가 출점만 고집하면 업계의 성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운영 특허를 취득해 오픈한 한 서울 시내면세점에 고객이 찾지 않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면세점 추가 특허 검토 소식에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더 이상의 추가 특허는 업계의 고객 분산 외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