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좌장' 이해찬 더민주 공천 탈락에 지지층 동요

김종인, "정무적 판단"이라며 이유 설명 거부…정호준·이미경 의원도 컷오프
조응천 남양주갑에 전략공천…김한길·박지원 지역구에도 공천

입력 : 2016-03-14 오후 4:46:37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그간 총선 불출마와 용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이해찬 의원이 결국 공천심사에서 탈락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이른바 ‘친노좌장’으로 불리던 이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당내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대위에) 서울 중·성동을과 서울 은평, 세종시를 전략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 현역의원인 정호준·이미경·이해찬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이다. 
 
3선 이상 의원 중 하위 50% 정밀심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해찬 의원의 공천 탈락은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 김 대변인은 “오늘 비대위의 결정이 총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이 의원이)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가계부채 해소공약 발표장에서 이 의원 낙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유를 나한테 묻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친노 배제’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앞서 김 대표는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는 모두발언을 생략하고 회의 내내 허공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기도 했다.
 
이 의원의 공천배제 결정은 당내 상당수 의원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광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청래 의원 컷오프로 지지자를 안티로 돌리고는 오늘 다시 이 의원의 컷오프로 그나마 억지로 참던 당원들을 손 털게 만들었다”며 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김용익 의원도 김 대표를 향해 “선거관리 잘 하라고 영입했지 당을 뒤집어 놓으라고 모신 것이 아니다. 할 일과 안할 일 구별 좀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이해찬 의원은 공천탈락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연락을 끊고 세종시 내 모처에서 재심청구 여부 등을 놓고 장고를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의 정체성을 진보에서 중도로 바꿔놓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김 대표의 의중이 정청래·이해찬 의원 등의 컷오프로 현실화되면서 향후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도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당의 총선 관련 전권을 비대위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비례대표에 경제·안보 전문가를 중용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변수는 공천 결과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4일 발표에서 더민주의 정당지지도는 27.8%로 지난주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핵심 지지층의 동요도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재심을 청구한 정청래 의원 등의 구제로 지지층을 달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초 정 의원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을 출마설이 돌았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이날 경기 남양주갑에 전략공천됐다.
 
더민주는 그간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후보를 발표하지 않았던 지역의 후보도 함께 발표했다. 김한길 의원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는 전혜숙 전 의원, 박지원 의원이 있는 전남 목포에는 조상기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이 선정됐다. 주승용 의원 지역구인 전남 여수을에는 시사만화가인 백무현 화백을 공천했다. 김 대변인은 “김종인 대표는 지난주까지가 (야권연대를 위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해왔다”며 “더 이상 기다리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어서 유보해 놨던 지역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의 공천탈락을 결정했다. 13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이해찬 의원의 지지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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