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두 대회 연속 공동 30위. 올 시즌 박인비(KB금융그룹)가 받아든 성적표다. '골프 여제'란 수식어에 걸맞지 않은 활약이다. 계절은 이제 추운 겨울을 지났고 어느덧 봄기운이 느껴진다. 최근 몇 년 새 봄만 되면 강했던 박인비도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 훨훨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박인비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골프장(파72·6538야드)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달러·약 17억 8000만원)에 출격한다. 아직 올 시즌 첫 승이 없는 박인비는 톱랭커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대회에서 빛나는 성과를 원한다.
올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박인비는 지난 1월 열린 바하마 클래식 1라운드 도중 허리 통증으로 기권을 선언한 뒤 치료를 위해 두 대회를 건너뛰었다. 이후 지난달 25일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와 지난 3일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 연거푸 나섰으나 모두 공동 30위에 머물렀다. 특히 HSBC 위민스 챔피언스 1라운드 공동 3위로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타수를 잃으며 뒤로 밀렸다.
폭발적이었던 지난해 성과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박인비는 지난 시즌 무려 5승을 챙기며 LPGA 무대를 휩쓸었다. 올해의 선수상과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캘러웨이)에게 내주긴 했지만, LPGA 명예의 전당 가입 자격을 충족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최근 부진하지만, 무엇보다 최근 2년간 첫 승을 바로 이 무렵 기록한 것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첫 승을 따냈고 지난 2014년 3월에도 LPGA는 아니지만,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봄 무렵이 되자 유난히 '우승 DNA'가 살아 숨쉬었다.
박인비에게 이번 대회는 횟수로 네 번째지만 실질적으로 세 번째다. 제대로 경기를 치른 것이 두 번에 불과해 아직 경기 감각이 완전하다고 할 수 없다. 꾸준히 대회에 나선다면 컨디션은 계속 올라갈 수 있다. 언제든지 순위를 끌어올릴 만한 기량을 갖춘 만큼 시간이 곧 약이 될 수 있다. 이제 슬슬 빛을 볼 시기다.
박인비는 이번에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롯데)를 비롯해 벌써 시즌 2승을 챙긴 장하나(비씨카드), 양희영(피엔에스), 김세영(미래에셋), 리디아 고 등과 우승을 놓고 경쟁한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늘 묵묵히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만큼 이번 대회에서 부진을 털고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봄에 강한 DNA가 이번에도 발휘된다면 재밌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박인비가 17일 JTBC파운더스컵에 출격해 올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와이드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