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대 총선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방문을 두고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을 밀어주며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박 대통령은 15일에는 야당을 향한 비판의 말을 쏟아 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들을 막으면서 오직 정부의 경제정책만 비판하는 것은 정치논리만 앞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치권에서 일자리 창출을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많은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아는데,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전체를 비판하는 형식을 띤 발언이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원하는 법안에 찬성한다는 점으로 볼 때 결국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론’을 적극 제기하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하나의 일자리라도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 심정을 외면하면서 일자리를 늘려 국민 삶을 챙기겠다는 것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며 “이제 조만간 선거운동이 시작될 텐데,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이번 3월 국회에서라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결'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0일 대구 방문이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박 대통령 방문 직후 대구 전 지역에서 공천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 방문 효과’가 반영된 시점의 여론조사는 정치신인 ‘진박’ 후보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극비리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청와대 개입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안보 이슈를 부각시켜 선거를 치르려 하는 의도라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무리한 도발과 국제사회에 대한 강한 대립을 계속하면서 변화의 길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앞으로 북한이 변화하지 않고 또다시 도발할 경우 우리 정부와 군은 즉각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관련국가들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나가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전날 재외공관장 만찬행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의 길로 나서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기아로 내모는 폭정을 멈출 때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위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제11회 국무회의(영상)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