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 소액대출 10년간 2조원 규모 확대

재계·금융권 지원으로 2조원 마련
미소금융중앙재단 출범..마이크로크레디트 총괄
저신용자 대상..금융채무 성실상환자도 이용가능

입력 : 2009-09-17 오후 5:27:50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정부가 재계·금융권의 기부금과 출연금을 활용해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앞으로 10년간 2조원 규모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은행권의 휴면예금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소액서민금융재단'을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확대개편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 전면확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7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 확대방안을 보고하고 조만간 본격적인 준비작업 착수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란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보증이나 담보 없이 소액의 자금을 대주는 자활프로그램으로, 주로 창업자금이나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1976년 설립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에서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민간기부금과 정부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원금액이 적고 절차가 복잡한 데다, 중복 혹은 과소지원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8년 3월 소액서민금융재단을 설립해 은행권의 휴면예금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에 활용하며 규모를 확대했다. 확실한 체계 없이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사업이 다소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소외자들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005%가량으로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배준수 금융위 중소서민금융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저신용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번에 서민금융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저소득층과 저신용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 확대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美少금융중앙재단' 출범..사업총괄
 
정부는 다음달 중 소액서민금융재단을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미소'란 '아름다울 미(美)'와 '적을 소(少)'를 결합시킨 '조어(造語)'로,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소액대출'을 뜻한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미소금융재단은 앞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의 본부 역할을 맡게 된다. ▲ 사업의 가이드라인 설정 ▲ 지역법인에 대한 자금지원 ▲ 각종 컨설팅 및 교육지원 활동 ▲ 지원정보의 통합관리 등 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총괄한다.
 
오는 2013년까지는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지역별 미소금융 수행법인과 지역법인의 지부 설립이 완료된다. 1단계로 내년 5월까지 20~30개 가량의 지역법인이 설립되고, 이어 2년간 최대 300개의 지역법인 지부가 생겨난다.
 
지역법인은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부터 최대 5억원 가량의 대출재원과 운영비를 지원받아 대출·회수, 자활컨설팅, 상담업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대표자 1명과 2~5명 가량의 직원이 지역법인에서 근무할 전망이다.
 
다음달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출범하고 관련 준비작업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12월부터 대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재계와 금융권 자금지원..휴면예금 활용
 
정부는 재계와 금융권의 협조를 통해 2조원의 지원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세금은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재계와 금융권에서 각각 1조원의 자금을 끌어오기로 했다. 앞으로 10년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기업이 순수기부금 형식으로 1조원을 지원한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휴면예금 7000억원에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각각 2500억원과 500억원을 보태 1조원을 맞추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마이크로 크레디트에 활용된 자금은 연평균 148억원. 이번에 지원이 확대되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000억원 가량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일단 올해 안에는 3000억원이 마련된다.
 
금융위는 앞으로 10년간 20~25만 가구 이상의 저소득층이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재계와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오는 12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이 기부금 납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의 범위가 전체 소득금액의 50%까지 확대된다.
 
현행 조특법은 기부금 납부를 통해 비용으로 처리될 수 있는 금액을 전체 소득금액의 5%로 제한하고 있다. 1년에 100억원을 버는 기업이 기부금으로 10억원을 내도 5억원에 대해서만 법인세 과표제외 혜택이 주어졌지만, 앞으로는 50억원까지 세제혜택이 확대되는 것이다.
 
◇ 누가 어떤 상품 지원받나
 
마이크로 크레디트 지원대상은 7등급 이하 저신용등급자로 한정된다. 이중에서도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층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은 자활을 목표로 삼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금융채무불이행자나 파산면책자도 원칙적으로는 제외된다. 그러나 채무를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거나 현재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생활안정자금을 대출받고 있는 사람은 지역법인이나 지부의 심사를 거쳐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대출한도는 지원내용에 따라 최소 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결정됐다. 상환기간 역시 지원내용에 따라 1년에서 5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자의 대출내용과는 달리 거치기간은 무이자로 운영된다.
 
대출상품은 ▲ 프랜차이즈 ▲ 창업자금 ▲ 운영자금 ▲ 공동대출 ▲ 전통시장 상인 ▲ 사회적 기업 등으로 구성됐다.
 
 <자료=금융위원회>
 
이와 함께 정부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지역법인 등에 운영비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마이크로 크레디트 확대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고금리 사채 등 불법 사금융시장을 대체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의 자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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