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닮아가는 한국의 청년 실업…"노동시장 구조개혁 절실"

지난달 청년실업률 12.5% '최악'…"생산성 개선 없으면 장기간 지속 전망"

입력 : 2016-03-16 오후 2:26:47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지난달 12.5%로 지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의 청년(15~29세) 실업률 문제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장기 침체를 겪던 일본의 청년 고용 문제와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이 같은 청년 실업률 양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청년 고용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잠재성장률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LG경제연구원의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 일본 장기침체기와 닮은 꼴'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20년의 격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한 성장 흐름을 보여왔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1990년대 들어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나타났다. 집값은 폭락했고 기업은 도산했으며 그로 인한 대량 실업자는 속출했다. 
 
특히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청년 고용 모범 국가로 꼽혔지만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청년 고용이 양적, 질적으로 악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85년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4.8%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1%대로 급락하면서 청년 실업률은 1990년 4.3%에서 1995년 6.1%, 2000년 9.2%, 2003년 10.1%까지 치솟아 독일(8.4%), 미국(9.3%), 영국(11.7%) 등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일본의 청년 실업률 상승은 장기불황에 놓인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효구인배율(구직자 수에 대한 구인자 수의 비율)은 1990년 1.40에서 줄곧 떨어져 1999년에는 0.48까지 하락했다. 청년 100명이 취업을 원하지만 취업할 자리는 48개에 그쳤다는 뜻이다.
 
일본의 청년 고용은 질적으로도 악화됐다. 청년 취업자 중 시간제 일자리 비율은 1992년 18%였으나 2000년 들어서는 30%를 넘어섰다. 실업의 장기화, 아르바이트 비율 상승, 니트족(NEET·일도 하지 않고 교육·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층) 확산 등도 이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생산성 개선이 없다면 잠재성장률이 5년간 2.5%, 오는 2020년대에는 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일본 상황과 유사한 흐름이다.
 
인구구조 변화도 일본과 닮았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치에 따르면 20~29세 인구는 2020년까지 현재의 680만명 수준을 유지한 후 2020년대에는 연평균 3.3%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고용 지표 역시 국내 청년 실업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청년 실업률은 12.5%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포인트 상승, 1999년 4주 단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 경제와 일본이 20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청년 실업률 역시 20년 전 일본처럼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책임연구원은 "일본에서 장기침체 진입 이후 10년 이상 청년 실업이 확대됐던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성장 흐름이 계속 약화된다면 청년층의 고실업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 인구가 계속 줄어도 높은 청년 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높아 진학 등의 방법으로 실업을 피할 여지도 적고 청년층의 비교우위가 없는 전통적인 서비스업이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20년 전 일본보다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류 책임연구원은 "가장 근본적인 청년 고용 대책은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잠재성장률 회복"이라며 "청년 고용에 불리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이고 '미스매치(수급 불균형)' 해소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16일 LG경제연구원의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 일본 장기침체기와 닮은 꼴'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15~29세) 실업률 문제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장기 침체를 겪던 일본의 청년 고용 문제와 닮아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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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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