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에서 마지막까지 야권연대를 주장해왔던 김한길 의원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의원은 17일 발표문을 통해 “작금의 정치상황에서 집권세력의 압승이 불러올 끔찍한 상황을 막아내고 우리 당이 수도권에서도 의석을 확장하기 위해 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면서도 “이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에 스스로 책임을 물어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이날 결정은 지난 15일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현재 여건에서 당 차원의 수도권 연대는 여의치 않다’며 사실상 야권연대 포기 선언을 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연대 논의가 무위로 끝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진 데 따른 결정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이 야권연대에 대한 반대 입장이 분명한 안철수 공동대표와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의 탈당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정호준 의원의 입당으로 마침내 원내교섭단체(20석)가 된 국민의당은 오는 28일까지 20석 이상을 유지할 경우 19석일 때보다 46억원 늘어난 73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만약 탈당하고 주승용 원내대표 등 김한길계 의원들의 동요로 이어진다면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당으로부터 공천배제(컷오프) 결정을 통보받은 임내현 의원은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공천 탈락자도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럴 경우 이른바 '이삭줍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당으로부터 컷오프 통보를 받은 부좌현 의원은 이날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했다.
김한길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야권연대 가능성은 더 낮아지게 됐다. 박원석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 경기도당 소속 20대 총선 후보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더이상 야권연대에 연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총선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정의당의 진정성을 지역구 나눠먹기로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종인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토론회에서 수도권 지역의 야권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만이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같은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는 (야권연대가) 1000만 가까이 버려지는 사표를 반영하는, 민심을 받드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반향은 크지 않은 상태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이 17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날 국회 의원회관 내 김 의원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