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 따르면 2013년은 최근 80만년 역사 중 가장 더운 한 해였다. 2014년은 이보다 더 더웠고 2015년에도 기록을 경신했다. 혹자는 기후변화를 2만6000년 주기의 지구세차운동 현상으로, 혹자는 태양 흑점 활동에 의한 현상으로 해석하지만 사람이 지배하는 지구는 과도한 온실가스(이하 탄소) 배출로 인해 명백히 더워지고 있으며 지금보다 1°c 더 상승하면 10억~20억 명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생물종 20~30%가 멸종하며, 3000만여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3000만여 명의 해안인구가 홍수에 노출된다.
이러한 위험에 직면하여 작년 12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 파리총회)에서는 2021년 이후 신기후체제에 전세계가 동참한다는 합의를 도출했으나 최종합의문에 '화석연료의 종식' 문구가 없어 기후변화대응 진정성에 의문을 남겼고, 국가간 첨예한 갈등을 완화하려 저강도 문안을 선택하는 등 자본의 굴레에 안주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오염물질인 탄소의 배출을 권리화·상품화하여 거래하는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자본주의적 발상이며, 이와 관련해 2030년까지 총 16조5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환경산업 및 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을 자국의 성장엔진으로 규정하는 미국이 COP21을 주도했기에 그 한계는 이미 예측되었다.
우리정부 또한 파리총회에 제출한 INDC(자발적 탄소 감축목표) 이행을 위해 에너지신산업육성특별법을 제정하고 1조원 규모의 신산업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어떠하든 기후변화가 빚어 놓은 블루오션을 선점하려는 국가간, 기업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한편,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위한 일련의 제도와 흐름이 자본질서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지구라는 공동기반을 존속하려는 파리협약은 자본질서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제네비스 아잠(Geneviève azam)의 말을 빌리면 "오로지 고효율 성과만을 중시하는 경제적 시간이 인간의 생물학적, 사회적, 생태학적 시간을 지배하고 있으며 즉각적이고 고수익만을 추구하는 금융자본과 그 관계자들에 의해 이러한 지배가 가속되고 있지만“ 지리적 경계가 무의미한 시대에서 글로벌 시민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며 나날이 스마트해지고 있다. 동시에 같은 정보를 접하며 평가를 공유하고 빠른 대응과 견제를 동반하면서 새로운 광역다수의 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기후변화관련기술을 개발하여 이익을 확대하는 것 이상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는 이 새로운 질서이며, 이 새로운 질서는 지구환경에 대한 기업의 엄격한 공동책임을 요구한다. 기후변화 피해를 날마다 접하는 글로벌 시민에게 기업의 미덕은 특별한 기술개발을 통한 관계자의 이익증대가 아니라 훼손된 지구환경과 인간적인 사회·경제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기업의 진정한 자세 및 실행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새로운 질서에 적극 다가서야 하며 그 최적 방안이 기업의 사회책임(CSR)이다.
CSR은 경제적·법률적·윤리적·자선적 책임, 즉 인간환경을 포함한 지구환경 전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다. 간혹 CSR을 사업의 기회로 이해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CSR은 투자의 대상이고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선택의 대상이지 책임이 아니다. 물론 CSR도 비용이 지출되므로 이익이 창출돼야 CSR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주장이 틀리진 않다. 그러나 책임과 기회는 같은 말이 아니다.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기회를 발견할 수는 있어도 기회를 찾는 중에 책임을 다하기는 난망하다. 기업이 CSR을 다하려면 지구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을 화폐가치로 전환하는 전형적인 기업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쟁적이고 빠른 길을 추구하기보다 조금 늦더라도 글로벌 시민과 함께하면서 생산의 과잉을 방지하고 자연과 조응할 철학을 갖춰야 한다.
지구는 계속 더워지고 있으며 예상 못한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례하여 글로벌 시민의 기업에 대한 평가 또한 엄격해지고 있다. 인간과 지구환경 전체 차원에서 기업의 '사고 전환'과 실천이 함께하여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강화되기를 소망한다.
송상훈 (사)푸른아시아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