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들어 중남미와 아시아 지역의 해외수주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 경기 침체 여파에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주요 산유국의 재정악화로 발주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발주량 급감이 예상됐던 중동지역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규모가 큰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면서 수주고를 채운 덕분이다. 하지만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지역의 전체 수주액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통계를 보면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전체 해외수주액은 84억1186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4억9619만달러와 비교해 32.7% 감소한 수준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지역이 30억1981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 26억9636만달러, 중남미 12억8415만달러, 태평양·북미 10억5993만달러, 아프리카 3억5253만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중동지역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인한 발주 감소에도 지역별 수주액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중남미 지역이 68.5% 감소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어 아시아 지역이 36.5% 감소했다.
중남미 지역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경제를 주도하는 산유국들의 경제위기 리스크가 더욱 커지면서 플랜트, 인프라 등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산유국들에 비해 원유 수출량이 적고 보유 현금 등 재정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유가하락에 따른 손실이 즉각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유 수출의 재정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의 경우 올 초 경제 비상상태를 선포하고도 국가 부도설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재정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현재
현대건설(000720)과 포스코건설,
GS건설(006360),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향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까지 공사대금 지급 지연 등의 문제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상상황을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시아 시장은 중국발 경기 침체 여파와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으로 동남아 지역에 투자됐던 달러가 상당 수 미국으로 다시 빠져나가면서 경제 전반에 후폭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하락과 중국 발 경기침체 등으로 올 들어 중남미와 아시아 지역의 해외수주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주급감 우려가 컸던 중동지역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지은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라크루즈 정유공장 전경. 사진/현대건설.
반면, 중동지역은 24.3% 감소해 전체 수주액 감소폭(32.7%)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다. 연초 우려했던 것에 비해 선방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형 수주 1건으로 인해 수주고를 채운만큼 수주감소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앞서 이달 초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KNPC)가 발주한 총 29억3000만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알주르 LNG수입터미널 공사'를 수주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중동지역 전체 수주액이 30억1981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주 1건이 전부인 셈이다.
한편, 아프리카 지역은 지난해에 비해 295% 수주액이 늘었다. 아프리카는 중동지역을 대신해 수주고를 채울 블루오션으로 인식되면서 최근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다. 빠른 인구증가와 열악한 인프라 등으로 일감이 충분해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아프리카 건설시장 규모는 약 1200억달러로 추정된다. 올해 세계 해외건설시장(9695억달러)의 12% 수준이다. 특히, 에너지 플랜트와 도로공사 등 국내 건설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 대한 수요가 높다. 국내 건설사 중에는 대우건설이 전체의 36%를 차지하며 가장 활발하게 진출해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진출은 나이지리아, 가나, 앙골라 등 주로 아프리카 산유국 중심 수주에 편중돼 있다"며 "아프리카 각국은 최근 빠른 인구증가로 주택과 전력시설에 대한 수요가 크고 경제 및 산업발전을 위한 관심이 높은 만큼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지 회사 설립 및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각종 인허가 취득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일정 수의 자국인 고용 의무화, 불확실한 통계, 언어문제 등의 유의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