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미국 메이저리그급 신식 구장들이 마침내 하나둘 국내 팬들 앞에 웅장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훌륭한 경기장 시설, 다양한 부대시설과 편리한 관람 환경을 자랑하는 구장의 탄생으로 야구 인프라도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맞게 됐다.
22일 삼성 라이온즈는 LG 트윈스를 불러들여 역사적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경기를 진행했다. 수용 인원이 2만 4000석에 이르는 라이온즈파크는 지난 2012년 첫 삽을 든지 3년 4개월여 만에 완공됐다. 대구시민운동장 시대를 벗어난 삼성은 이제 국내 구장 최초 팔각 다이아몬드형으로 구성된 라이온즈파크에서 뛰고 달린다.
삼성은 물론 그간 제대로 된 경기장을 원했던 팬들로선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삼성은 1948년 완공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을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용했다. 경기장에는 항상 부상 위험이 도사리는 낡은 인조잔디가 깔렸고 관람 환경도 좋지 못했다. 이제 이런 걱정거리 없이 편안하게 경기를 보고 즐길 수 있다. 이날 경기를 뛴 선수들은 하나같이 쾌적한 경기장 환경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삼성뿐만 아니라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도 목동야구장을 떠나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홈 경기를 연다. 관람석 1만 8000석의 고척스카이돔은 철골 트러스와 테플론 막으로 된 복합구조 지붕으로 구성된 국내 최초 돔 야구장이다. 고척스카이돔 사용으로 이제 국내도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사계절 야구를 즐기는 '돔 시대'를 열었다.
이전 수원kt위즈파크와 광주KIA챔피언스필드 완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번 두 구장의 사용은 단순히 새 구장 추가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무엇보다 앞으로 야구 인프라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구장 건립이 곧 인프라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가깝게는 축구의 사례를 보더라도 증명된다. 지난 2002한일월드컵 당시 만들어진 10개의 신축 월드컵구장은 월드컵 이후 국내 축구 발전의 밀알이 됐다.
이전까지 배수도 안 되는 듬성듬성 파인 누런 잔디에서 뒹굴었던 축구 선수들은 유럽형 양잔디에서 뛰며 기량이 늘었다. 경기를 보는 팬들도 편안해졌다. 새똥으로 뒤덮인 자리에서 벗어나 쾌적한 환경을 갖춘 좌석에 앉아 먹거리와 함께 스포츠를 맘껏 즐기게 됐다. 새 축구 경기장은 그간 경기 외적인 요소에 방해받던 팬들을 자유롭게 했고 자연스레 스포츠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프로야구가 연이은 구장 건립으로 새 시대를 열 준비를 마쳤다. 삼성의 새 경기장 명칭엔 '구장'이 아닌 '파크'가 들어간다. 경기장에서 단순히 야구만 하는 게 아니라 팬을 위한 새로운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국내 야구장이 점점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심심치 않게 보이던 구장 내 바퀴벌레, 쥐와 작별한다는 점도 반갑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지난달 24일 준공을 하루 앞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장면.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