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미라클' 두산과 203개의 홈런(팀 1위)으로 '핵타선'을 자랑한 넥센 모두 "뛰는 야구"를 목표로 내걸었다.
각각 중심 타선으로 활약하다 팀을 떠난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두 팀 모두 잠실과 고척스카이돔이라는 넓은 운동장을 홈으로 쓰는 만큼 커다란 '한 방'보다는 한 베이스 더 가져가는 세밀한 주루 플레이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두산의 붙박이 주전이던 김현수는 지난해 타율 0.326을 기록하며 28홈런 121타점을 쏘아 올렸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에서도 0.979(개인 9위)를 달성했으며 출루율만 놓고 보더라도 0.438(개인 4위)을 만들어 두산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는 김현수가 없다. 팀의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두산은 2007년을 전후해 '허슬두'로 불리던 팀 색을 올해 되찾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07년 두산은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이 각각 3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이전까지 홈런에 기대던 경기 운영을 획기적으로 바꾼 바 있다. 이른바 '발야구' 열풍을 일으키며 당시 두산 관중석에선 선수들이 나갈 때마다 "뛰어"란 소리가 어김없이 나왔다.
이러한 준비를 위해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두산은 지난해 도루 31개(개인 6위)를 돌파한 오재원을 중심으로 정수빈, 민병헌, 허경민과 대졸 신인 조수행, 서예일 같은 발 빠른 선수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15일 호주 전지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하겠다"며 "도루 성공률을 높여 상대 팀에게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넥센 또한 4번 타자 박병호의 공백을 메우려 달리는 야구를 선택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타율 0.343을 기록하며 53홈런(개인 1위)에 146타점(개인 1위)까지 곁들였다. 1.150의 OPS(개인 2위)와 0.436의 출루율(개인 5위)로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했다. 이 때문에 염경엽 감독은 시무식에서 "모든 선수에게 그린라이트를 주겠다. 기동력을 살리겠다"면서 "3루 도루까지도 두려워하지 않는 팀 색깔을 구성하겠다. 팀 도루 3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후 넥센은 스프링캠프에서 주루와 수비 훈련을 대폭 늘렸다. 서건창, 고종욱, 김하성, 임병욱 같은 젊고 빠른 선수들의 역할이 강조된 분위기다. 실제 염경엽 감독은 2012년 넥센 주루 코치를 맡아 팀 도루 1위(179개)에 기여한 바 있다. 게다가 작전에 능한 감독으로 분류되기에 넥센의 올해 행보가 더욱 야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넥센은 비교적 작은 구장이던 목동야구장을 떠나 올 시즌 처음으로 고척스카이돔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고척스카이돔은 외야 좌우구간이 99m며 외야 중앙이 122m로 국내에서는 잠실야구장 다음으로 크다. 환경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넥센의 '뛰는 야구'가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해 두산과 넥센의 경기 도중 3루타를 친 두산의 허경민(오른쪽)이 3루 베이스를 밟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