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시행 열흘…시장교란 애물단지 전락

금융혜택 적어 소비자 외면…금융사는 불완전판매 정황 속속

입력 : 2016-03-27 오후 12:00:00
불완전판매 우려 속에서 출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시장 혼란을 일으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에 비해 금융혜택이 미비해 금융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금융사들은 과당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깡통계좌 양산, 불완전 판매의 정황이 속속 포착되는데도 불구하고 ISA가 안정권에 들어섰다며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기 바쁘다.
 
◇가입자수 70만 돌파…1만원짜리 깡통계좌 수두룩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21일까지 ISA 누적 가입자가 70만6672명, 총 3561억원을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가입자수는 은행이 65만9679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93%를 차지했다.
 
가입자수 비율은 은행이 월등히 높지만 가입금액은 은행과 증권이 6대 4 비율로 증권사의 1인당 가입금액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50만원 수준으로 은행이 33만원, 증권이 293만으로 조사됐다.
 
이 중 은행이 판매한 ISA 계좌가 불완전판매 의심 사정권에 들었다. 알고 보니 상당수가 1만원짜리 계좌로 이른바 ‘깡통계좌’라는 별명이 붙었다. 직원 1인당 할당량, 사전예약 이벤트 등이 이런 깡통계좌를 양산한 주범으로 추정된다. 결국, 출시 초반에 ISA상품은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정 찾고 있다" 금융당국 눈 가리고 아웅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문제를 가리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22일 금융위원회 김용범 사무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1만원짜리 계좌들이 청탁 계좌일 수 있지만 이들도 추후 ISA 취지에 맞는 ‘진성계좌’로 변화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의 영업 독려나 마케팅 전략을 반드시 불완전판매로 간주하는 건 타당치 않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24일 제2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 자리에서 "ISA가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상품 판매 초기에는 과당경쟁 등으로 서로를 비방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제는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니라고 우기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내달 일임형 출시 앞두고 당국-시장 엇박자
 
더욱이 일임형 ISA 상품 출시를 두고 당국과 시장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은행이 내놓을 일임형 ISA 때문이다. 투자 일임형 경험이 전무한 은행이 뛰어들면서 투자자보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일임형 상품 판매에 대한 증권사의 운용 노하우를 은행과 공유하도록 압박하는 등 시장경제 질서를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은행 대상으로 지난 25일 개최한 ‘일임형 ISA 합동 설명회’에서 당국과 시장의 엇박자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날 행사는 금융당국의 설명보다 증권사 ISA 담당자들이 은행 실무자들에게 투자일임업에 대해 강의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합동설명회에 참석한 은행 관계자는 "일임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듣는 자리였지, 실무적으로 필요한 얘기는 없었다"며 "막판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주고서는 업계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상품이 우선 흥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감독당국의 현장검사도 부실한 것 같다"며 "다음달 중순이후 은행도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일임형 ISA를 판매하고 오는 6월에 ISA 계좌이동까지 허용되면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적금보다 못한 수익률에 금융소비자들 외면
 
출시 전부터 우리나라 ISA 상품은 외국에 비해 비과세 혜택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먼저 ISA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은 의무 가입기간이 없어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우리나라는 3년 혹은 5년 간의 의무 거치기간이 정해져있다. 계약기간 중간에 가입을 해지하면 비과세혜택마저 사라져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5년 가입을 유지하더라도 세제혜택도 크지 않다. 일본의 경우 배당소득 및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가 전액 이뤄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순소득의 200만원까지만 비과세된다. 여기에 ISA 관리 명목으로 은행이나 증권사가 떼는 운용수수료를 제외하면 정작 적금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주윤신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영국 ISA 제도를 그대로 벤치마킹 했다면 소비자들이 받는 혜택은 지금보다 많아졌을 것"이라며 "외국처럼 중도인출을 허용해 주거나 세제혜택을 확대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용·윤석진 기자 yong@etomato.com
 
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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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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