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30시간 법칙’이 재현됐다. 그동안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 칼을 뽑은 듯 했다가 30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곤 하면서 생겨난 표현이다.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5개 지역구 무공천'을 선언하며 부산에 내려가 ‘옥새투쟁’까지 벌였던 김 대표가 결국 하루만에 2개 지역(대구 동갑·달성) 공천을 25일 수용했다. 아울러 이날 뒤늦게 안건으로 올라온 대구 수성을도 공천을 확정했다.
새누리당 최고위는 이날 확정하지 못했던 6곳 중 3곳에 대한 공천을 의결했다. 나머지 3곳은 안건을 상정하지 못해 결국 무공천이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와 친박계가 3곳씩 나눠먹기를 한 셈이다.
◇ 정종섭·추경호·이인선 공천...서울 송파을·은평을·대구 동을 무공천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최고위 직후 브리핑을 열고 “대구 동갑, 달성, 수성을 등 3곳을 상정해 의결했다”며 “서울 은평을과 송파을, 대구 동을은 토론 끝에 상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 총장은 이어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오늘부터 공천과 관련된 당내 갈등은 모두 해소됐다”고 말했다.
공천장을 주기로 합의한 후보는 대구 동갑의 정종섭, 대구 달성의 추경호, 대구 수성을의 이인선 후보다. 그러나 서울 송파을의 유영하, 은평을의 유재길, 대구 동을의 이재만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로는 물론이고 무소속 후보로도 총선에 나갈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은평을의 이재오 의원과 대구 동을의 유승민 의원, 서울 송파을의 김영순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후보와의 경쟁 없이 총선을 치르게 됐다.
◇ 30시간 못 버틴 김무성..."고뇌에 찬 결단" 자평
김 대표는 전날 오후 2시30분 다른 최고위원들과 상의 없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류 지역에 5곳 공천장에 직인을 찍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기자회견 직후 부산으로 내려가는 등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가 후보 등록 마감시간인 25일 오후 6시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고 보류 지역에 대한 의결을 거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에는 전과 다른 김 대표의 결기가 감지되면서 끝까지 갈 것 같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서울로 복귀한 김 대표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최고위를 열면서도 “기본적인 입장의 변화는 없다”며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결국 김 대표는 보이콧했던 5곳 중 2곳에 대한 공천을 수용했다. 후보자 등록 마감시간까지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김 대표의 이같은 선택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항후 역풍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가 명분을 고집하며 안방인 대구를 포함해 6곳 전부를 포기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천명한 무공천 방침을 하루 만에 접으면서 김 대표의 대권주자 위상은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동으로 인해 청와대·친박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됐고, 비박계에 어느 정도 남아 있던 김 대표에 대한 신뢰도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고위의 최종 발표 후 김 대표는 김학용 비서실장을 통해 “잘못된 공천으로 민심이 이반돼 수도권 선거가 전멸 위기 상황”이라며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 대표로서 잘못된 공관위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 내용과 절차가 명백히 잘못된 3곳을 무공천으로 관철했다”고 성과를 내세웠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5개 지역에 대한 최종 의결을 거부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시 영도구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사무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