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어음사기에 중소기업 줄도산

부지점장이 어음 원본 빼돌려…대법원까지 유죄 확정에도 우리은행 민사로 맞서

입력 : 2016-03-29 오후 4:26:00
[뉴스토마토 임효정·박석호기자] 우리은행 직원의 어음사기로 부도를 맞은 중소기업이 피해 대책 요구에 나섰다.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은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은행 학동지점에서 어음을 할인해주겠다며 원본을 가져간 후 돌려주지 않아 중소기업인 지원콘텐츠가 최종 부도 처리됐다"며 "이로 인해 150여개의 협력업체가 부도나거나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원콘텐츠와 협력업체 관련 피해자 100여명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피해자들의 면담 신청을 수용하라"며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우리은행 학동지점에서 발생한 어음 사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배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지원콘텐츠는 지난 1990년 설립, 일본 캐릭터인 헬로키티를 국내에서 유통하며 성장해왔다. 2011년 기준 지원콘텐츠의 직원 수는 100여명, 연 매출은 500~600억원 수준이었다. 회사는 같은 해 12월 중순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지원콘텐츠는 이해 11월 최종 부도를 맞게 된다.
 
2011년 일본 기업과의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원콘텐츠를 상대로 당시 우리은행 학동지점의 최모 부지점장이 어음을 할인해주겠다며 어음 원본을 가져간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당시 회사는 일본 캐릭터사와의 분쟁으로 1차 부도상태였으며, 최종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2억5000여만원이 필요했다. 지원콘텐츠는 7억8000여만원의 어음 원본을 전달했으나 입금 시일까지 자금을 받지 못했고, 어음도 돌려받지 못하면서 부도에 이르게 됐다. 결국 지원콘텐츠는 최종 부도처리 됐고, 이 과정에서 협력사 150여곳과 협력업체 직원, 주주 등 700여명이 연쇄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게 협동조합 측의 주장이다.
 
지원콘텐츠는 같은 해 경찰에 우리은행을 고소했고, 지난 2014년 7월 1심에 이어 2015년 5월 2심에서도 우리은행 직원들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학동지점장과 부지점장은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법원이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협동조합은 "우리은행의 사기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이 났다"며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피해자들에 대한 선 사과 후 협의라는 상식적인 절차도 무시한 채, 시위를 하는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은행은 당시 지원콘텐츠의 신용도가 낮아 어음할인에 나서지 못했고,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20억원을 회수할 방법을 찾기 위해 어음 원본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 우리은행은 자료를 통해 "근거없이 ‘실제 피해액이 수백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수석부행장급 면담 요청은 외면한 채 오직 행장 면담만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며, 재판 결과에 따라 은행 측이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 응당히 배상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효정·박석호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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