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당국이 실손보험금을 병원에서 직접 청구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협의 없이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방안을 막기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강력하게 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금의 병원의 직접 청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 관행 개혁과제'의 일환으로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실손보험의 병원 직접청구는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의료계와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실제로 실손보험 직접청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대와 관련 법령 해석이 필요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병원 직접청구는 실손보험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보험사에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병원에서 진단서와 영수증 등을 보험사에 청구해야 하는데 직접청구가 시작되면 소비자들은 보험금을 따로 청구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직접청구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는 물론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요인인 비급여를 함께 잡는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보험사는 실손보험에서 과잉진료와 보험금 허위청구가 손해율을 높이고 결국 보험료 인상을 가져온다고 보고 있다. 병원이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게 될 경우 세부적인 치료 항목을 보험사가 확인하게 되면서 비급여 등의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2013년 115.7%에서 지난해 상반기 124.2%까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2014년 0.5% 하락했으나 2015년 8.3% 올랐고 올해 25.5%까지 크게 상승했다.
실손보험 병원 직접청구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와 보험업계의 우선순위 과제로 인해 후순위 대책으로 미뤄져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병원 직접청구에 대해 소비자 편의를 이유로 민간보험 가입자들의 청구업무를 대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비급여 통제로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을 제한해 보험사의 보험료 지출을 줄이는 데 악용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대책위는 15명 내외로, 의협 보험이사, 법제이사를 비롯한 유관이사와 보험위원회에서 파견되는 위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여기에 대개협을 중심으로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등으로 구성, 개원의들을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계획이다.
특히 대책위원회에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와 대한외과의사회도 포함됐는데 이는 최근 개정된 실손보험 표준약관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실손보험 직접 청구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의료법 제21조다. 의료법 제21조에 의하면 의무기록의 타인열람을 금지했다. 다만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 공제회 등은 보험금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람이 가능하지만, 의료계의 주장은 보험사가 실손보험 지급을 이유로 열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자동차 보험의 경우 병원의 직접청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범위를 실손보험으로 확대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법 제21조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