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황영기 KB금융 회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9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지 정확히 2주 만에 '결단'을 내렸다. 그간 황 회장은 금융당국과 KB금융 노조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황 회장은 23일 발표문을 통해 "KB금융 회장직과 이사직을 동시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원회의 징계조치가 KB금융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 법률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문제 때문에 조직의 성장과 발전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래된 소신"이라며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과거 몸담았던 우리은행에서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한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우리은행과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들께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황 회장은 금융당국의 징계결정에 대한 불만의 뜻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성장·발전의 기반인 금융시장에서 저에 대한 징계가 금융인들을 위축시키거나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투자손실에 대해 사후에 책임을 물은 것이 결국 금융인들을 위축시킬 것이란 이른바 '황영기 신드롬'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황 회장은 또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돼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다"며 "그러나 KB금융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매우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황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손실에 대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뒤 거취를 고민해왔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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