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원석 기자]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지지선을 뚫고 내려서 예상보다 빠르게 1100원대에 진입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와 수급상황에 따라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을 당연시 하는 시장 상황에서 당국의 대처가 환율 하락세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 환율 급락..왜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4.40원에 거래가 끝나 지난해 10월1일 1187.00원 이후 약 1년만에 1100원대로 내려섰다.
최근 환율이 급락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주식 등 고수익성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국내 요인도 적지 않다. 국내 경기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우리 증시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6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다.
여기다 경상수지의 흑자 기조 유지, 은행·공기업들의 잇단 해외 차입 성공에 따라 국내에 달러 물량이 풍부한 상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날 '환율 1200원 붕괴의 배경과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환율 급락 원인을 ▲미국 재정수지 적자와 기축통화 대체 논의에 따른 달러 약세 ▲달러 캐리트레이드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따른 안전자산(달러화) 선호현상 약화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개입 고삐 쥔 정부..타이밍은
연말까지 환율 흐름의 큰 그림이 '하락 기조'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원·달러환율이 지지선이었던 1200원대 붕괴 이후 빠르게 1100원대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개입의 고삐를 쥔 외환당국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당국의 대응 역시 발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대목이다.
애당초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갈 시기가 지났음에도 1200원대에서 머물렀던 것은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 때문이었다.
정부의 한 외환당국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감지해 예전부터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다"며 "언제라도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질 때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정부의 시장개입이 벌써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현재 당국이 개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해줄 수는 없지만 환율 1200원 붕괴가 예상되면서 며칠 전부터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정부가 시장의 예상과는 엇박자로 출구전략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서 환율 하락에 제동을 걸 것이란 의견도 지속적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이달 24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부가 출구전략 시기에 대한 언급을 내놓거나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밝힌다면 환율 하락 속도가 제한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환율..연말 1180~1130원 예상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는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150원을 뚫고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 유지 등으로 환율 하락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글로벌 달러의 약세 기조가 둔화되고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면 환율 하락폭은 완만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 연구원은 올 4분기 환율을 1180원선으로 예상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경기 침체,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감소율이 수출 감소율을 웃돌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를 보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환율 하락에 따라 흑자 폭이 줄거나 자칫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연말에는 1100원 후반대의 환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화유동성 회수가 거의 완료됐다는 점도 환율 하락 요인"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올 4분기에 1180원, 내년에는 평균 113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