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글로벌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첫 분기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실적 악화가 전망되는 만큼 올해 은행들의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탈리아 라노에 위치한 크레디트스위스(CS) 모습.
사진/로이터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글로벌 IB들의 1~3월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평균 5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지난주 크레디트스위스(CS)는 1분기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40~45%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유럽 은행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커졌다.
유럽 애널리스트들은 다른 은행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UBS의 트레이딩 부문 1분기 매출은 26%, 도이치뱅크는 24%, 바클레이즈 경우 13%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FT에 따르면 CS의 경우 임원직들에 의해 감춰졌던 비유동성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이치뱅크는 채무불이행 우려로 고객들이 일제히 경쟁사로 이전하면서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급감했다는 평가다. UBS의 실적 부진은 지난해 스위스중앙은행이 페크제를 폐지하면서 2015년 1분기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로 나타났다.
FT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유럽 4대(CS·도이치뱅크·UBS·바클레이즈) 은행의 1분기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평균 25% 감소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IB들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전체 수익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 실적에 직결된다.
문제는 비단 유럽만의 부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1분기에 유럽과 아시아보다 나은 상황을 보냈던 미국 IB들의 수익 전망도 어둡게 제시됐다. 분석가들은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48%, 모건스탠리의 경우 56%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를 대표하는 5대 글로벌 IB(골드만삭스·씨티그룹·모건스탠리·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1분기 트레이딩 부문 매출 역시 평균 25%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FT는 올해 초 주식, 채권, 상품시장 내 변동성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키우면서 은행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저유가 지속,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등 대외 변수가 은행의 거래 감소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조나단 프루잔 모건스탠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외부 환경이 흔들리면서 은행들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적 악화는 곧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FT는 수익 감소로 인해 인력 감원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심지어 기업들의 낮은 배당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프루잔은 “외부 변수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인력 감원을 통한 비용 절감의 대응뿐”이라고 말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