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지난해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면서 은행 등에 쌓아둔 잉여 자금이 100조원에 육박,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노후 불안 등의 영향으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5년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99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5조7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자금잉여란 대출 등 자금을 조달한 것에 비해 예금이나 펀드 투자 등 자금을 운용한 돈이 더 많은 경우를 말한다. 가계의 자금잉여 규모는 2010년 53조9000억원에서 2011년 65조8000억원, 2012년 72조4000억원, 2013년 89조6000억원, 2014년 93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자금잉여가 늘었다는 것은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 등으로 쌓아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는 불확실한 경기 전망과 노후 불안 등으로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자금을 쌓아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 규모는 127조6000억원, 자금운용 규모는 226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9조3000억원, 55조1000억원씩 늘었다.
남아도는 자금은 주로 저축에 힘썼다. 지난해 가계의 순저축률은 7.7%로 2000년 8.4%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늘어난 자금은 주로 예금과 지분 증권·펀드,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 예치금은 9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9조9000억원 늘어난 가운데,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예치금은 34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분증권과 투자펀드 등에도 16조8000억원의 돈이 몰렸고 보험과 연금준비금도 90조700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반면에 지난해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은 127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3.0%(49억3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저금리 영향으로 돈을 빌리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만기가 1년을 넘는 장기차입금 규모는 111조4000억원으로 전년의 55조2000억원의 규모다 두 배 수준이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지난해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면서 은행 등에 쌓아둔 잉여 자금이 100조원에 육박,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