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배우 천우희가 '한공주'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받고 눈물범벅이 된 채 소감을 발표하던 당시, 시상자로서 천우희의 이름을 호명한 이는 동갑내기 한효주였다.
'청룡의 꽃'이자 1987년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여배우는 지난해 개봉한 '뷰티 인사이드'에서 사랑하는 사이로 만난 바 있다. 천우희가 청룡영화상을 수상한 2014년 12월17일 전날과 다음날 두 사람이 이 영화를 함께 촬영한 건 꽤 알려진 에피소드다. 남다른 인연이기도 한 한효주와 천우희는 신작 '해어화'에서 둘도 없는 '동무'로 호흡을 맞춘다.
'해어화'에 출연한 한효주(왼쪽)와 천우희. 사진/뉴시스
'해어화'는 194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기생의 신분으로 태어난 두 여인이 당대 최고의 작곡가의 노래를 두고 겪는 갈등을 다룬다. 둘도 없는 친구에서 서로 증오하는 관계까지 이르는 소율과 연희를 한효주와 천우희가 연기한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는 유연석이 분한다.
예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기생 역에 임한 두 여배우는 이 영화 안에서 새로운 매력을 펼쳐낸다. '멜로영화가 사랑하는 배우'로 불리기도 하는 한효주는 소율을 통해 가증스러운 면모나 악녀의 얼굴을 비추며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여온 한효주의 섬뜩한 모습은 놀라움을 준다. 그간 작품에서 현실적인 이미지로 절제된 감정을 표현해온 천우희는 연희를 통해 미모를 뽐낸다. 특히 노래를 부르면서 귀여운 안무를 보일 때의 천우희를 보면 '러블리'라는 수식어가 떠오른다. 두 사람은 누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것은 물론 수준 높은 가창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효주와 천우희에게 있어 '해어화'는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영화를 취재진에 선공개하고 감독과 배우들의 촬영소감을 들어보는 '해어화' 언론시사회가 4일 오후 2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돈독한 우애를 지닌 두 여배우에게 "서로에게 빼앗고 싶은 재능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먼저 입을 연 천우희는 "효주씨는 제가 '뷰티 인사이드' 때부터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사모하는 마음이 드는 것 같다"며 "촬영할 때 (한효주가) 정말 예쁘다보니까, 연기를 할 때마다 '참 곱다'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보듯이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기를 할 때는 흔들림이 없던 것 같았다. 처음에는 연약한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강인함과 꿋꿋함이 있더라. 나도 효주씨의 단단함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효주, 천우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에 대해 한효주는 "많이 흔들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면서도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바로 천우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효주는 "'뷰티 인사이드' 때도 짧았지만 호흡이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긴 시간 호흡을 맞춰보니까 우희씨가 시동이 빨리 걸리는 배우라는 걸 알았다. 힘이 좋고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점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효주는 또 "우희씨는 또래고 친구지만 배우 입장에서 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효주의 진심이 섞인 표현에 천우희는 "고백 받는 것 같아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영화 작업을 함께 한 두 여배우의 서로를 향한 칭찬이 의례적으로 보이지 않는 건 '해어화'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이다. 그만큼 두 여배우의 연기와 변신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는 데뷔 10년차, 올해로 서른을 맞이한 두 여배우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