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수업이 늦게 끝나 점심을 거르게 되었다. 저녁 먹기엔 시간이 일러 애매하던 참에 마침 학교 정문 앞에서 각종 빵을 파는 노점을 발견했다. 배고픈데 잘 됐다 싶어 거기서 가장 크고 둥그런 모양의, 고소한 냄새가 나는 빵을 골랐다.
곧바로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입안에 빵이 한가득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물자마자 툭, 하고 바스러졌다. “뭐야, 이거 왜 속에 아무 것도 없어?” 빵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지켜보던 친구가 “그거 공갈빵이잖아. 원래 그래” 했다. 그 날 공갈빵을 처음 먹어 보았다. 허기를 채우기는커녕 허무한 마음에 배만 더 고파진 것 같아, 애꿎은 공갈빵을 잘게 부수었다.
공갈빵은 원래 중국 음식인데, 한국으로 건너와 ‘공갈’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양새에 먹음직스러운 냄새까지 풍기지만 그와 반대로 속은 텅 비어 있어서 그렇다. 요즘 중국집에서 공갈빵을 구울 수 있는 화덕들이 사라지면서, 이제는 인천 차이나타운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음식이 되었다.
최근 간암인 어머니와 지적장애 오빠를 대신해 붕어빵을 파는 여중생의 사연과 사진 한 장이 페이스북에 게시되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전주 붕어빵 소녀’라는 이름을 달고 널리 퍼졌다. 소녀의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고, 모금을 해서 돕자는 등의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사진 속 아이는 여학생이 아닌 남학생이었고, 대학생 누나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유명 페이지에 ‘개념없는 남고생, 어른에게 대들다 얻어 맞는다’ 는 한 줄 설명과 함께, 신촌역 안에서 젊은 남성과 중년 남성이 몸싸움하는 영상이 게시되어 조회수 300만건을 기록하며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와 동시에 ‘남학생이 뜬금없이 욕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 ‘남학생이 중년 남성의 일행 여성을 성추행하려 하는 걸 직접 봤다’ 등의 아주 구체적인 목격담들이 줄을 이었다. 하루아침에 중년 남성은 범죄자를 제압한 ‘의인’이, 남학생은 천하의 못된 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과 전혀 달랐다. ‘남고생’은 사실 20대 유부남이었고, 아내와 통화를 하며 지나가던 그에게 중년 남성이 먼저 시비를 걸어 벌어진 일이었다.
먹는 공갈빵은 귀해졌지만, 인터넷 네트워크 속에서 말을 지어내고 퍼뜨리는 일은 공갈빵 하나 빚기보다 더 쉬워졌다. 단순한 목격담부터 한 사람을 매장시킬 수 있는 악질 소문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매 순간 만들어지고, 게다가 힘까지 세다. 그래서 요즘은 아니 땐 굴뚝에도 불이 난다. 천리를 가던 발 없는 말은 이제 날개를 달고 훨훨 난다. 진위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정보들은 퍼트리는 사람 스스로도 진짜인지 확신하지 못하기에 입에서 입으로, 키보드를 치는 손가락 끝에서 끝으로 전해질수록 살이 통통하게 붙어 그럴듯하게 잘 짜인 이야기로 둔갑한다. 사실 속을 열어 보면 아무 것도 없는데 말이다.
공갈빵처럼 빵빵하게 부풀려 내기 위해 ‘확실한 건 아니지만’, ‘친구의 친구에게 들은 건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다음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더 자극적인 재료를 첨가한다. 정성들여 빚어서 매대에 내어 놓은 후, 누가 누가 더 크게 빚나 경쟁하게 된다. 만드는 솜씨는 계속해서 늘어간다. 예쁘게 빚을수록 더 그럴듯하기에.
하지만 공갈빵은 크게 한 입 베어 물어도 배가 차지 않는다. 허한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려면 속이 꽉 찬 뜨끈한 호빵이라도 먹어야 할 텐데, 요즘 사람들에게는 호빵을 호호 불어 가며 천천히 먹을 시간이 없다. 빨리 삼켜서 소화시켜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이 찬 호빵인지 속빈 공갈빵인지 확인할 새도 없이 입 안에 우겨넣어 버린다. 공갈빵의 빈 속이 어쩐지 우리네 모습과 닮아 보인다. 그래서 계속 공갈빵을 빚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