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찍으면 문재인 돌아온다니…누가 광주를 혼란스럽게 하나"

광주 서을 더민주 후보 밀착취재…"천정배 호남정치론은 무의미"

입력 : 2016-04-05 오후 6:02:00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야권의 심장' 광주에서 서구을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후보(전 삼성전자 상무)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당의 전략공천 1호로 내려왔지만 상대는 국민의당 공동대표인 천정배 후보다. 서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상만(45)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해 삼성전자 상무까지 했다는 사람이니 눈이 가기는 한다”면서도 “천정배와 붙은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지 후보를 정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광주 8개 지역구에 출마한 더민주 후보 중 광산을의 이용섭 후보만 국민의당 후보를 앞서는 가운데 양 후보의 당선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양 후보는 5일 전남대 사회과학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지역구에 처음 왔을 때 천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58% 대 21%로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47% 대 21%, 어제 조사 결과에서는 13% 차이까지 줄었다”며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를 ‘서구의 태산’이라고 표현한 양 후보는 “못넘을 태산은 없다. 그럴 것 같았으면 왜 왔겠냐”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요소들도 나오고 있다. 천 후보의 측근으로 불리던 김영남 광주시의원이 전날 “천 후보는 지난해 재보선에 당선된 후 선거 때 약속한 공약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으며, 서구민의 열망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나쁜 정치세력임을 확인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양 후보는 특강 후 기자를 만나 “김영남 의원이 제 캠프로 오기로 했다”며 “정도를 걷지 않는 분(천 후보)에 대한 스탠스가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서 낙선한 뒤 서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하중 후보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와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당 내부가 자중지란에 빠지는 모양새다.

 

양 후보는 천 후보가 내세우는 ‘호남정치 복원’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대학생 특강도 "몰라서 묻는다. 호남정치 복원이 무슨 의미냐”는 말로 시작한 양 후보는 “광주에서 6명이 더민주를 탈당해 그 중 5명이 총선에 출마한 것을 호남정치 복원이라고 볼 수 있나”고 따져 물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호남정치의 복원은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5·18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불의에 맞서고 서민을 돌아보고 긍휼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지금 호남정치 복원을 외치는 분이 좋은 인재를 발굴하지 않고 개인 영달만을 위해 발을 들여놓고 있는데 이거 문제다." 그는 "내가 천 후보를 이기면 야권 통합과 정권교체가 바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양 후보는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전남대 캠퍼스 안에서 마주친 대학생 강모(24)씨는 "더민주나 양 후보에 대해 딱히 악감정이 없다. 그러나 국민의당 후보가 새 인물인지는 모르겠다. 양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 유세, 본인과 주민들이 판단할 문제" 

 

양 후보를 비롯해 광주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선거 유세에 한창인 동안 서울에서는 이날도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원유세 여부를 놓고 당내 설왕설래가 있었다. 더민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과거 (지역민들을) 실망시킨 데 대한 진솔한 반성을 하고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면 (호남) 방문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MBC 라디오에서 ‘호남 내 반 문재인 정서의 실체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들이 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택시기사 조중권(63)씨는 “문 전 대표가 노무현 정부 때 비서실장을 하면서 칼을 휘둘러버렸다”며 “지원유세를 온다고 해도 큰 도움은 안 된다. 문재인을 광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택시기사 오모(57)씨는 “한국정치의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생각을 안 한다”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문재인보다 좋은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양 후보는 “문 전 대표가 판단해 (호남 지원유세를) 오겠다면 오는 것”이라며 “제가 문 대표를 막 이렇게 부른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의 호남 유세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을 두고 "너무나 핀트를 잘못 맞추고, 거기에 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통령 후보로 1위를 달리는 분이니 오셔서 도와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지역 내에서 문 전 대표가 호남에 내려오는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양향자 찍으면 문재인이 돌아온다’는 프레임을 누가 짰는지를 계속 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 프레임에 광주시민을 집어넣어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이 누구냐? 더민주든 국민의당이든 선택은 자유지만 이상한 프레임으로 가져가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그는 또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은 본인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도 말했다. “주민들이 못 받아들이는데 저를 위해 ‘문 대표님 도와주십시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광주 시대정신은 산업·경제"

 

양 후보는 자신의 IT 경력을 통한 산업·경제발전이 ‘시대정신’임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광주 전체의 삶이 무너지면서 노인 복지와 아이들 교육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을 ‘미래자동차 투자유치 3조원, 2만개 일자리 창출’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도 못할 일을 일개 국회의원이 공약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양 후보는 “광주 삼성전자 백색가전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한다고 난리인데, 그것은 사실 동남아 수출용이라 제품 물류비용이 더 든다”며 “그걸 보내주고 삼성이 하고 싶어하는 전장사업(차량에 들어가는 각종 전기·전자장치와 IT 장비)을 유치하면 달성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광주에 있는 현대·기아차가 미래 전기자동차에 IT 기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해당 기술을 보유한 삼성이 합의 모델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해당 공약은 더민주의 총선 공약으로 검토 중이다.

 

광주=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5일 전남대 사회과학관에서 열린 '총선 여성후보에게 듣는다' 특강에 참여한 양향자 후보가 말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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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