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체육회 시대, 약물에 '철퇴' 가하다

'약물 전력' 에루페 귀화와 박태환 징계 완화 반대

입력 : 2016-04-07 오후 5:23:40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달 21일 출범한 통합대한체육회가 금지약물에 더욱 엄격해진 모습이다. 발전된 스포츠문화 정착이란 취지에 발맞춰 시작부터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체육회 산하 위원회인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6일 케냐 출신 마라토너 에루페의 귀화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에루페는 지난 2012년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에포(EPO)'가 검출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2년간 자격정지를 받은 바 있다.
 
이날 공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한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국민 정서나 마라톤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종목이라는 특성에서 벗어난 의결이다. 약물 이력이라는 하나에만 집중한 결과"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흑인 선수라서 귀화에 부정적이었다는 견해와는 무관하다. 체육계도 과거와 달리 각종 부정부패에 엄중한 평가를 적용하자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이른바 '박태환 룰' 개정과 관련해서도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원칙을 고수했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1장 5조 6항에 따르면 금지약물 복용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으면 국가대표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중처벌'이란 잡음이 일었는데 이를 개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실 박태환은 2014년 9월 국제수영연맹(FINA)이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양성반응을 보여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이미 받았다. 지난달 2일 해당 징계가 만료돼 국내 규정만 손보면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이 가능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체육회 내부 사람들은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이번 에루페나 박태환 사안의 결정은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을 체육회가 취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육회 내부 입김과는 다른 별개의 독립성을 강조한 셈이다. 위원회 관계자도 "앞으로 의사 결정 또한 대한체육회보다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독립적인 결정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통합대한체육회 출범 이전 체육회의 법제상벌위원회 기능을 보완한 것이다. 체육계 외부 전문가가 모여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객관적인 시선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번 의결을 주관한 홍성표 위원장 역시 대전광역시 교육감을 지낸 체육계 외부 인사다.
 
다만 이날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박태환 사안에 대해선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회 규정 제정이나 개정은 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1차 심의를 하는데 2차 심의를 담당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앞서갔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애초 박태환 관련 규정은 안건에 있지 않았다가 갑자기 의결됐다는 내부 의견이 흘러나와 논란을 예고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열린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홍성표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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