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거래량이 크게 줄고, 가격 상승세가 멈추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주택시장에 4.13 총선이 숨결을 불어 넣어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전 선거와 같이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총선이 끝난 이후 오히려 악재가 많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총선 전후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분양물량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분기 아파트 분양물량은 올해 전체 분양물량(36만9134가구)의 38% 수준인 14만2117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대 분양시장 호황이 이어졌던 지난해 2분기(14만1710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총선 이후 한꺼번에 쏟아지는 분양물량은 향후 시장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계절적 비수기와 총선 영향으로 주춤했던 분양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물량의 소진 여부에 따라 향후 시장 흐름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총선 이후 분양물량이 많이 소진될 경우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살아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만약 대규모 미분양으로 남을 경우 시장 침체를 더욱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공급물량이 집중된 지역과 실수요가 뒷받침해주는 지역 간 양극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김포나 용인 등 공급과잉 우려가 큰 지역은 분양물량 증가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공급보다 멸실가구가 많은 서울은 큰 어려움없이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경기 광교에서 문을 연 한 견본주택 모습. 총선 이후 2분기에만 4만가구 넘는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이들 물량 소진 여부에 따라 향후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코람코자산신탁
기존 주택시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치뤄졌던 총선에 비해 개발 공약 등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총선에서 부동산 관련 공약들이 대부분 뉴스테이나 임대료 규제 등 주택복지에 맞춰져 있다"며 "예전처럼 뉴타운 개발 등 후폭풍이 강한 공약은 들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총선이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허 교수 역시 "개발 관련 공약보다는 일자리나 누리예산 등 민생에 관한 내용이 이번 선거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며 "도로의 조기 착공 등 이미 나왔던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주택시장이 공약에 따라 일시적이나마 반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유인할 요인보다는 오히려 심리를 위축시킬 요인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함 센터장은 "전세가격은 지난해보다 상승폭이 둔화됐고, 대출규제는 여전히 시장을 크게 옥죄고 있다"며 "정부가 추가적으로 쓸 만한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당장 다음 달 부터 지방에서도 시행되는 담보대출 규제는 대구나 경남 등 집값 하락세가 시작된 지역들의 가격 조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단지 모습. 총선 이후 주택시장에는 호재보다 악재가 많아 가격 반등이나 거래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사진/뉴스1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