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업계는
미래에셋증권(037620)과
대우증권(006800)의 결합으로 탄생할 초대형증권사 ‘미래에셋대우’ 출범에 주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합병은 증권업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빅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7조8000억원(단순합산), 고객자산 210조원이란 수치만 봐도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소수자들의 목소리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줄곧 대우증권 노동조합과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왔다. 대우증권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번 매각으로 주가가 반토막 났다며 미래에셋증권과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또 양사 합병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소수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의 인수 구조가 차입매수(LBO) 방식이라는 점과 서울에 위치한 주요 지점이 절반 가까이 겹치는 등 양사 지점 분포에 기반, 합병 후 4800여명에 이를 양사 임직원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왔다.
이는 그간 국내 증권사 인수합병 과정의 선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예로 NH투자증권은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통합 후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600여명에 이르는 인원 감축을 시행한 바 있다. 현재 대우증권 노조는 완전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훌륭한 업계 후배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증권사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겠다”
앞서 박현주 회장이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박 회장은 “구조조정은 없다. 이는 합병에 문제가 되지 않으며, 각종 데이터를 통해 증명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통합법인의 점포 수를 25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미래에셋 측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와 인수 잔금 납부 등을 이유로 이들과의 만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통과했고, 인수 잔금 납부도 마쳤다. 연내(이르면 10월)를 목표로 한 합병법인 출범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미래에셋 측은 최근 “이르면 이달 말을 목표로 대우증권 노조·소액주주들과의 만남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대우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는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계획 없이 겉포장에만 나서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결국 대우증권 노조는 직원들의 요구사항 전달을 위한 상호 협상채널 구축을 요구한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 출범이 '9부 능선'을 넘었다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성난 대우증권 노조를 다독이고, 소액주주의 상처를 어루만져 원활한 통합 과정을 이끌지 ‘투자의 귀재’ 박현주 회장의 포용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권준상 증권부 기자